“배재훈 사장, 경영진 자구노력 의심한 채권단이 내세운 인물”
‘非전문가’ 꼬리표 떼고 ‘해운동맹’ 가입 성공 後 내부 변화 박차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순혈주의가 짙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상선에서 배재훈 사장 취임 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해운 비(非)전문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현대상선 대표직에 오른 배 사장은 전문성 결여에 대한 우려 속에서 지난 3월부터 업무에 돌입했다. 하지만 불과 반년여 만에 성과를 내며 우려의 꼬리표를 떼낸 배 사장이 최근엔 LG·삼성맨 등 외부 수혈을 거듭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근 삼성SDS 출신 김진하 전무를 물류서비스전략TF장(전무)으로 임명했다. 업체는 신임 김 TF장의 선임 배경에 대해 삼성SDS에서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등을 접목시킨 신물류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대형 물류시장을 공략하는 등 다양한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신 IT기술을 물류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고객사 임원 영입을 통해 균형 잡힌 고객 대응력을 갖추고 화주 친화적 종합물류서비스 제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20년 턴어라운드를 위한 비용 절감 노력의 일환”이라며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대응한 미래지향적 조직 구조 확립과 수익성 강화를 위한 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시사했다.

‘LG맨’을 영입한 데 이어 ‘삼성맨’을 영입했다는 점이 특히 업계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8월 현대상선은 LG전자 출신의 최종화 상무를 변화관리임원으로 위촉했다. 이어 향후 외부 인사 수혈을 지속적으로 이룰 것임을 공언함에 따라 현대상선 특유의 순혈주의 타파에 배 사장이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상선 관계자는 “배 사장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주축이 돼 구성된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 결의를 통해 대표에 발탁됐다”며 “이 같은 과정이 없었다면, 외부 인사임과 동시에 해운 전문가 또한 아니었던 그가 현대상선 대표에 오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동시에 그런 이유로 채권단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평소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자구노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영진을 두고 “위기의식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공공연하게 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전임 사장들이 이 같은 채권단 지적에 이견을 표출했고, 이 같은 갈등이 반복되다 보니 채권단에서도 배 사장과 같은 경영진을 대표로 내세운 것”이라고 귀띔했다. 더불어 외부 인재 영입 등 순혈주의가 점차 희석되는 등 최근 일련의 변화도 채권단의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 사장의 대표이사 취임을 전후로 한진해운 출신들이 영입된 데 이어, 최근에는 해운업과 관계 없는 대기업 임원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속속 차지하게 됐다”며 “결국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 가입 등 현대상선이 오랜 기간 난제로 꼽아 왔던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비전문가 출신이란 우려를 떨쳐낸 배 사장이 현대상선 개혁을 본격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결국 배 사장도 이 같은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다소 정체됐던 현대상선 내부에 긴장감과 경쟁심을 불어넣어 활력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취임 반년여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2020년 턴어라운드를 이루겠다는 배 사장의 청사진에 강력한 추진력이 생기면서 당분간 이 같은 인재 영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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