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협회 "보험료 차등제 도입 관련 연구용역 의뢰 검토 중"
“실손보험 시장 유지 및 소비자 형평성 위해 보험료 차등제 도입해야”

6개 대형 손보사 손해율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6개 대형 손보사 손해율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과잉 진료 및 부정수급으로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서 실손보험과 관련한 보험료제도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금을 많이 받을수록 보험료를 더 내는 ‘보험료 차등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실손보험 보험료 차등제 도입 추진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료 차등제 도입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것을 기본 가닥으로 잡고, 의뢰한다면 어느 곳에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방향성을 잡아서 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상승하면서 업권에서는 보험료 차등제 도입 필요성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에 보험협회 차원에서 관련 연구용역 의뢰를 검토하면서 보험료 차등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13개 손해보험사의 올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6%로 집계돼 전년 동기에 비해 5.6% 올랐다. 손해율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100%를 넘어서면 보험사의 지출이 더 커져 적자를 보게 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상반기 손보사들의 손해율도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기준 대형 손해보험사 6곳(삼성·현대·DB·KB·메리츠·한화손보)의 손해율은 전년과 비교해 모두 올랐다. 이 중 가장 높은 손해율을 기록한 손보사는 현대해상으로 지난해 상반기(82.59%)보다 2.97%포인트 오른 85.56%를 기록했다. 그다음은 DB손보, 한화손보, KB손보,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순이었다.

앞으로도 실손보험 손해율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문케어)’ 도입 이후 비급여진료가 늘어나면서 병원의 과잉 진료 및 보험 가입자들의 부정수급 등 도덕적 해이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올해 실손보험 손실 추정액이 전년 대비 43.4% 급증한 약 1조9139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손해율 악화를 보전해줄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문재인 케어’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반사이익을 반영해 지난해 보험업계에 실손보험료를 인하할 것을 유도하면서 보험료 인상은 어렵게 됐다.

보험사들은 문재인 케어 도입으로 예상되는 실손보험금 감소 효과를 선반영해 2019년도 실손요율을 6.15% 인하했다. 그러나 문재인 케어 도입 이후 오히려 실손보험 청구가 늘어나면서 보험금 지급액이 증가해 지난해부터 손해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새로운 비급여 항목 발생 및 비급여 비용 확대 등 문재인 케어의 ‘풍선효과’로 인한 손해가 더 막심한 셈이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손보험 시장 유지를 위해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실손의료보험제도 현황과 개선 방안’ 정책세미나에서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선의의 가입자가 보험료 상승에 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보험금 청구가 많은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증하고, 청구가 적은 가입자는 보험료를 할인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일부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판매 중단에 나서고 있다.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을 계속해서 유지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라며 “실손보험 시장 유지뿐만 아니라 소비자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보험료 차등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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