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예비접촉 후 5일 실무협상···북미 판문점 회동 후 98일만 재회동
비핵화 행동과 상응조치 해법이 핵심···성과에 따라 연내 정상회담 열릴 듯

북미 실무협상이 오는 4~5일 이틀간 열린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북미 실무협상이 오는 4~5일 이틀간 열린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북미 실무협상이 오는 5일 개최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북미 양국의 정상회담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북미는 ‘새로운 계산법’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왔는데, 4~5일 이틀에 걸친 예비 실무접촉과 실무협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북미 쌍방은 오는 4일 예비 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비핵화를 위한 북미 간 대화 재개가 지연되고 있던 상황에서 오는 5일 북미 실무협상이 열린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최 부상은 “우리 측 대표들은 북미 실무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북미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도 같은 날 북미 간 실무협상이 일주일 이내 열릴 것을 재확인했다. 다만 미국은 북한과 달리 구체적 날짜와 장소를 언급하지 않았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나는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일주일 이내에 만날 계획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나는 회담에 대해 공유할 추가 세부사항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이번 실무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 후 98일만이다. 이 자리에서 북미는 비핵화 행동과 상응조치를 둘러싼 접점 찾기를 핵심으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실무협상 발표에 따라 비핵화 협상은 다시 본궤도에 올랐다. 현재 양국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난다고 해서 합의에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을 얻으며 실무협상에서 상당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어렵게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게 된 만큼, 연내 북미정상회담까지 급류를 탈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북한이 실무협상 개최 소식을 담화 형태로 발표한 점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 1,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실무협상과는 다르게 구체적인 날짜를 담화 형태로 발표했다. 또 지난달 20일에는 김명길 북측 수석대표가 본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며 단계적인 비핵화에 나서겠다는 협상 기조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북한의 담화 발표와 관련해 비핵화 대화 재개를 통해 성과를 얻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6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중국을 먼저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비핵화 관련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뤄졌던 북미 대화 구조와 달리 북미 실무협상이 먼저 이뤄지게 됐다. 앞서 김 위원장이 설정한 연내 시한이 불과 세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미 간 실무협상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무협상이 성사된 데는 미국의 태도 변화도 한몫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며 리비아식 비핵화 방법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새로운 계산법을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실무협상 성사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관건은 새로운 계산법이다. 북한은 제재 해제 요구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데, 미국이 어느 정도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지에 따라 비핵화 협상에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여전히 원칙적으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대북제재 문제는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수도 많다. 미국은 현재 미국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를 둘러싸고 행정부와 의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실무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는 가시권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실무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오는 11월 25~27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도 기대된다. 실제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2일 오는 11월 김정은 위원장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에 대비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앞서 북한이 언급한 실무협상을 예정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북미 모두 성과를 내야하는 시기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이슈로 성과를 내는 데 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북미는 이 시점에서 협상을 통해 서로 많은 것을 얻는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 같다”며 “북한도 중국에 가는 것보다 북미가 일단 더 중요하다고 본 것 같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실무협상 후 3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진전을 이룬 후 중국을 방문하는 게 협상력을 높이는 길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교부는 “북한이 주장하는 새로운 계산법, 안전보장과 관련해 한미 간 협상 대응전략 조율을 강화할 것”이라며 “구체적·실질적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적절한 대북 상응조치 관련 한미 간 협의·조율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향후 대북대화에서 안전보장, 비핵화 및 평화정착 관련 제반 사안들을 포괄적으로 협의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세부 사안별 대응방안을 한미 공조를 통해 지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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