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고도 연임하며 꿋꿋이 자리 지켜···내부 인사가 후임으로 올지 관심

지난 2월 25일 황창규 KT 회장이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KT
지난 2월 25일 황창규 KT 회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19'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KT

문재인 정권이 들어설 때부터 교체설이 돌았던 황창규 KT 회장이 무사히 임기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뀌어도 중도하차 없이 연임해 임기를 만료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인데, 후임으로도 내부 인물들이 거론되면서 KT 회장 선임 공식 자체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황창규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 만료된다. 남은 시간 중도하차 없이 임기를 채우면 회장으로 취임한 2014년부터 5년간 KT를 이끈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5년이라는 기간보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그가 계속 자리를 지켰다는 점이다. 연임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과거 이석채 회장이나 남중수 회장도 연임엔 성공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옷을 벗어야 했다. 특히 이석채 회장은 갖가지 수사에 시달리다가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황 회장은 온갖 악재에도 자리를 지켰다.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 등으로 청문회에 나왔을 때 의원들에게 적극 응수했고,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임기를 다섯 달 정도 남긴 현 시점에도 황 회장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IT업계 인사는 “내 기억에 황창규 회장은 과거 삼성에 있을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사람”이라며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잘 대처하고 대응해 지금까지 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황 회장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될 경우 ‘정권이 바뀌면 KT 회장도 바뀐다’는 보이지 않던 공식이 깨지게 된다. 나아가 후임으로도 외부에서 지정한 인물이 아닌 내부 인물이 오르게 되면 KT 회장 선임 공식까지도 새롭게 만들어지게 될 전망이다. 한번 풍토가 잡히면 다음 정권에서도 이를 거꾸로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다음 회장 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KT 안팎에서 거론되는 인물은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 등이다. 모두 사장급 인사로 핵심 역할을 맡고 있거나 황 회장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인물들이다.

다만 황 회장이 남은 임기를 순탄하게 끝내고 내부 인사들로 세대교체를 하기까진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 우선 KT 본사 등에 대해 3차례나 압수수색을 한 경찰이 조만간 황 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안에 소환할 가능성이 큰데 수사 과정에서 경영고문 로비 등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황 회장은 임기 말년에 최대 위기를 맡게 된다.

현재 거론되는 내부 인사들이 무난히 회장직을 오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히 황 회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의 경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 KT새노조는 지난달 18일 KT 이사회에 회장 선임 절차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개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KT새노조 측은 “지금 (회장 선출) 절차는 KT 미래를 열어젖힐 신임 CEO를 뽑는 절차가 아니라, 황창규 회장의 적폐경영을 감추기 위한 후계자 임명 절차”라며 “이사회는 KT 현장의 생생한 얘기를 듣고 차기 CEO를 고르는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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