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기 스타트업 투자액 1조1583억원···업계 “벤처투자 늘고 업종 영향받아”

표=조현경 디자이너
/ 표=조현경 디자이너

모험투자로 분류되던 3~7년차 벤처기업 투자가 지난해부터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에 흘러가는 투자액이 전체적으로 확대되면서 모험투자를 자연스럽게 견인했고, 바이오‧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 투자가 몰리는 벤처기업들이 주로 3~7년차라는 분석이 나온다.

3~7년차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기 단계를 지나 중견기업까지 성장하기 전 단계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7년차 이상 기업으로 크기까지 어려움이 많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올해 1~8월 신규 벤처투자가 2조7944억원, 벤처펀드 결성액은 2조184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10월 말이면 지난해 연간 벤처투자액인 3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창업 7년 내 모험투자가 7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3~7년차 벤처투자액은 1조1583억원으로 전체 투자액 중 41.4%였다. 이미 지난해 3~7년차 투자액(1조1935억원)을 턱밑까지 따라왔다. 3년차 이하 초기 스타트업은 전체 투자액 중 25.4%을 차지하는 9257억원이 투자됐다.

지난 2017년 기준 3~7년차 벤처기업 투자액은 6641억원으로, 전체 투자액 중 28% 정도였다. 투자자들은 주로 초기 스타트업과 7년차 이상 후기 스타트업에 몰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3~7년차 벤처투자가 12%이상 늘어나기 시작하며 올해 상반기까지 견인했다.

벤처업계와 중기부는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모험자본 투자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중기부 측은 모태펀드 등 정부 출자가 민간 투자를 유인해 벤처투자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민간의 비중이 점점 늘어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1~8월 펀드 출자자를 살펴보면 개인, 일반법인 등 민간의 출자 비중이 전체의 73.3%로 지난해 동기 64.3%에 비해 9%포인트 증가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근 제2벤처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민간의 벤처투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소득공제와 더불어 투자수익에 대해 비과세 등 세제혜택이 많다는 것이 알려진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벤처업계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자금 흐름이 어렵지 않아 죽음의 계곡 단계를 겪지 않는 3~7년차 기업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벤처투자자들이 큰 리스크 없이 중기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벤처캐피털(VC), 벤처펀드가 주목하는 업종에 3~7년차 기업들이 많다는 견해도 있다. 올해 상반기 업종별 벤처투자를 보면 생명공학 관련 업종 투자가 30.2%, 정보통신 업종 투자가 25.4%를 차지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나 ICT기업 등에 투자가 많이 몰린다. 모험투자이긴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분야이기 때문에 투자에 성공할 경우 큰 회수(EXIT)을 노릴 수 있다. 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유니콘 기업들도 바이오나 ICT에서 많이 나온다”며 “벤처붐 초기 2012~2015년 만들어진 바이오, ICT 기업들이 이제 업력이 차 중기 스타트업들이 됐고 투자자들은 업력보다 산업에 집중해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부터 벤처투자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자금 흐름이 원활해졌기 때문에 과거처럼 3~7년차 기업들 대부분이 죽음의계곡을 겪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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