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문화가 있는 날’에 만난 영웅들
  •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filmbj@naver.com)
  • 승인 2019.10.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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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문화가 있는 날’ 에 전쟁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봤다. 개봉 첫날과 반값 티켓 때문인지 제법 관객이 많았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로, 영화관을 포함해 공연및 문화 행사장의 관람료를 반값 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날이다. 극장에선 오후 5시~9시 사이 상영하는 영화를 50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한국전쟁 당시 전투에 참전한 학도병 이야기다. 북한군을 속여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킬 목적으로 펼쳐진 `장사상륙작전'을 다뤘다. 겨우 2주가량 훈련을 받은 772명의 학도병이 3일간 상륙 뒤 귀환할 예정으로 총기와 식량 등을 지급받고 전투에 나서지만 배가 좌초돼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북한군과의 전투를 그렸다. 북한군을 교란시키며 인천상륙작전 성공에 크게 기여했지만 작전은 기밀에 부쳐졌다.

이상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이른바 ‘국뽕’(지나친 국수주의·민족주의를 강요하는 영화)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는 거대 담론을 얘기하기보단 어린 병사 개인의 아픔과 전쟁의 비극성을 비중있게 다뤘다. 그래서 ‘인천상륙작전’ ‘봉오동 전투’가 강요하는 ‘애국심’ 고취 같은 메시지는 없었다. 또한 같은 학도병 소재인 ‘포화 속으로’ 보단 차분하고 짜임세가 있어 보였다. 특히 살아남아 노인 된 병사가 장사리 해변에 찾아와 옛 전우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연출은 깡패영화 ‘친구’ 의 곽경택 감독.

이 영화 투자 배급사가 미국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이하 워너)라는 점이 특이하다. 6.25,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한국전쟁이 소재라면 으레 CJ나 롯데등 한국 대형 투자 배급사가 진행 했을 법한데 미국 스튜디오가 나섰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시나리오가 CJ나 롯데 등에 먼저 들어갔으나 계약되지 못해 상대적으로 작은 투자 배급사 워너가 배급사로 나선 게 아닌가 싶다. 스타급 캐스팅이 관건이 우리 영화계 현실에서 티켓 파워가 있는 스타를 잡지 못한 것이 한 요인 일수 있다. 미국의 자본으로 한국 전쟁영화를 제작한 셈이 됐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  흥행가도를 달릴 조짐이다. 의외다. 배우도 약하고, 배급사도 와이드 릴리즈(Wide release) 하기엔 다소 힘에 버겁기에 그렇다. 이런 약점에도 선전하는 걸 보면 영화가 관객의 공감을 샀기 때문인 듯하다. 지난 29일 현재 관객 수는 50여만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영화 '양자물리학''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를 따돌리고 선두를 달렸다. 일찍이 개봉해 50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감독 손용호)보다도 앞섰다.

영화 개봉은 주로 주말에 해 왔다. 대부분 직장인들의 휴일인 주말을 선택해 흥행몰이를 하려는 의도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하루씩 빨라지더니 요즘 들어선 주중인 수요일에 개봉하는 영화가 적지 않다. 이번에도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포함해 '양자물리학' 타란티노 감독의 미국영화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공상과학영화 ‘레플리카’ 역시 25일 수요일 같은 날에 선 보였다. 멜로 '유열의 음악앨범'도 지난 8월 28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개봉했다. 티켓 값 5000원 할인이 흥행의 긍정적인 요인이 돼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투자 배급사들의 계산이다.

‘문화가 있는 날’ 영화개봉이 극장가의 관행이 돼가고 있다. 특히 문화의 달 10월을 맞아 여기저기서 보다 많은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문화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는 분위기다. 시작은 관(官)이 주도하는 행사였지만 갈수록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 민간으로 확대돼 가는 추세다. 이왕지사 하는 ‘문화가 있는 날’을 한 달에 한번으로 국한하지 말고 2번이상으로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처럼 민심이 분열되고 공분(公憤) 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위안을 주기 위해서라도...

김병재 영화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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