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서울 당첨자 평균가점 48점에 비해 10점 이상 높아져
당첨 가점 커트라인으로는 보통의 3040 예비청약자 당첨되기 힘든 수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앞두고 공급축소를 우려하는 예비청약자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청약 가점이 대폭 높아졌다. 보통의 3040이 진입해도 당첨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앞두고 공급축소를 우려하는 예비청약자들이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청약 가점이 대폭 높아졌다. 보통의 3040이 진입해도 당첨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분양가 상한제가 청약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약경쟁률 상승은 물론이고, 이제는 당첨자들의 스펙이라 여기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등 가점까지 갈수록 높아지는 형국이다. 8월 이후 분양한 사업장들의 경우 올 상반기 평균 당첨가점에 비해선 평균 10점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첨 가점 상승 등 갈수록 청약당첨 문턱이 높아지면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12일 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는 총 다섯 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아직 당첨자 발표를 하지 않은 래미안 라클래시를 제외한 네 곳의 사업장 가운데 세 곳의 평균 당첨가점은 60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분양일정 순서대로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2차(55.89점)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67.06점)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60.21점)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64.70점)이다.

이는 올 상반기 서울에서 분양한 사업장의 평균 당첨가점이 48점이었던 것에 견주어보면 10점 넘게 껑충 뛰어오른 수준이다. 특히 올해 초만 해도 주택시장이 지난해 9월 발표했던 9·13 대책 등으로 얼어붙어있었기 때문에 한 대형건설사가 광진구에서 분양한 사업장의 경우 미분양 물량이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부터 연내에 분양이 확정돼 풀릴 물량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는 강남권 알짜입지 재건축 사업장이 많아짐에 따라 당첨 평균가점은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분양가 승인까지 받고 분양을 확정지어 곧 공급될 사업장은 강남구 역삼동 역삼센트럴아이파크, 서초구 반포동 반포우성,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2지구 등이다. 이들은 강남권 내에서도 1급지로 불리는 곳이어서 일각에서는 100대 1의 경쟁률을 가뿐히 넘는 것은 물론이고, 당첨 커트라인도 일부 인기 유니트에서는 만점(82점)도 속출할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현행 청약점수는 무주택 기간(32점 만점), 부양가족 수(35점 만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만점) 등 84점 만점으로 구성된다. 서울 당첨 평균가점을 60점이라고 치면, 이 커트라인 안에 들기 위해선 30세 이전에 청약통장을 만들고(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 만점 확보), 15년 동안 무주택으로 살아온(무주택 기간 32점 만점 확보) 자녀 2명을 둔(15점) 45세의 가장 정도만 턱걸이로 당첨이 가능하다. 지금의 청약당첨 커트라인으로는 보통의 30대~40대 중반의 예비청약자가 도저히 발 디딜 틈이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구축 아파트를 사자니 이미 신축을 선두로 지나치게 가격이 뛰었다. 이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는 3.3㎡ 당 1억 원을 돌파하며 전용 59㎡인 (구)24평이 24억 원에 실거래됐다.

이처럼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청약가점 인플레가 심해지고, 상당수 무주택자들에게는 청약문턱이 더욱 높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함에 따라 제도 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하루 앞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이와 같은 시장의 상황을 꼬집는 의원들의 질의를 준비중인 의원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위 위원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강남권에 기반을 둔 의원들의 아우성도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 갑 이혜훈 의원은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국회 대정부질문 경제분야에서 “지난 2007년 참여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된 후, 민간 인허가는 24.3% 급감하는 등 공급이 줄어들면서 주택매매가격지수는 폭등했다”며 “비단 지난 정부 뿐 아니라 최근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정이라는 발표 직후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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