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 대사, 유엔총회 연설···미국 양보 압박 분석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중인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 사진=연합뉴스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중인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 / 사진=연합뉴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조미협상이 기회의 창으로 되는가, 아니면 위기를 재촉하는 계기로 되는가는 미국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30일(현지시간) 강조했다. 김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 미국 측에 ‘새로운 계산법’을 압박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사는 “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전을 공고히 하고 발전을 이룩하는 관건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에서 합의 채택된 조미공동성명을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미공동성명이 채택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 조미 관계가 전진하지 못하고 조선반도 정세가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매달리면서 정치·군사적 도발 행위들을 일삼고 있는데 기인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사는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게 필요하고 인내심을 갖고 미국 용단을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가질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 보고 미국 측과 마주 앉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해 전 북과 남, 온 겨레와 국제사회를 격동시킨 북남선언들은 오늘 이행단계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교착상태에 빠졌다”면서 “세상 사람들 앞에서는 평화의 악수를 연출하고 돌아앉아서는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과 합동 군사연습을 강행하고 있는 남조선 당국의 이중적 행태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우리를 겨냥한 최신 공격형 무기 반입과 미국, 남조선 합동 군사연습은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중지하며 무력증강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판문점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대한 위반”이라며 “북남관계 개선은 남조선의 사대적 근성과 민족공동의 이익을 침해하는 외세 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북남선언의 성실한 이행으로 민족 앞에 지닌 자기 책임을 다할 때에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힘을 만능으로 내세운 일방주의에 의해 많은 나라 자주권이 유린되고 전반적 국제관계가 긴장되고 있으며, 평화가 위협당하고, 발전이 갈수록 억제당하고 있다”면서 “세계평화와 안전의 중대한 사명을 지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적 정의는 안중에도 없이 특정국가 전략적 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해 선택적인 나라에 대한 제재 압박과 제도 전복까지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김 대사의 유엔총회 메시지는 미국이 양보하도록 압박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북미협상 테이블에 나오라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유엔 무대에서 재확인했다는 지적이다. 표면적으로 ‘비핵화’를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또 지난해와 달리 미국과 한국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그 수위를 조절한 것도 눈에 띈다.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북미협상이 교착상태를 이어온 상황은 불만스럽지만 조만간 예상되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여러 상황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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