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챙기기 위한 전략

삼성전자 갤럭시 A90 5G 제품 사진.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 A90 5G 제품 사진.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의 사양이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프리미엄급에 준할 정도로 중저가 스마트폰의 사양이 높아지면서도 가격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IM부문 수익 확대를 하기에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중저가폰을 가져가는 것이 맞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IM부문 실적은 좋지 못했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이상 줄었다. 세계시장 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중저가폰에 힘을 많이 준 탓이다. 프리미엄폰에도 도입되지 않은 신기술을 중저가폰에 먼저 도입하는가 하면 이례적인 마케팅도 선보였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IM부문 실적이 갤럭시노트10 출시에 따른 판매 호조로 영업이익 1조9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IM부문은 향후에도 중저가 스마트폰의 스펙 상향 대비 가격 유지 정책으로 수익성 개선세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와 판매 호조 지속 여부에 따른 차별화된 분기 실적 구현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중저가폰 모델을 늘리는 것이 결코 무선사업부 수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며 “중저가 단말기 마케팅에 비용이 많이 들면서 오히려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갤럭시노트10 공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점유율은 생명이고, 수익은 인격이다. 생명을 먼저 확보한 뒤 인격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반기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에 집중했다면 하반기에는 수익성 확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병태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IM부문의 실적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실적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와 달리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주요 부품인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하는 제조사다. 단말기에서 이익이 적게 남더라도 다른 사업부에서 이익이 많이 남을 수가 있다”며 “삼성전자는 값이 비싼 부품을 자체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제조사에 비해 큰 장점을 갖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폰을 다양화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가폰으로 중국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막는 중요한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국의 마켓 셰어 규모가 커지면 점점 더 저렴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며 “결국 이렇게 되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치고 들어올 수가 있는데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 중저가폰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갤럭시A 시리즈는 중요한 마켓 셰어를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유럽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31%로 1위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는 화웨이 점유율 하락과 함께 삼성전자가 수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피터 리차드슨 카운터포인트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화웨이 판매량 감소의 주요 수혜자였다”며 “최근에 출시된 갤럭시A시리즈는 삼성전자 출하량의 거의 70%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외에도 중국, 인도 등에서도 삼성전자의 중저가 폰은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폰이 돈이 안 되는 것은 맞지만 규모의 경제에서 의미가 있다”며 “시장 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쁘게 보지 않는다. (그래서 업체 입장에서도 중저가폰 사업을) 사실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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