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정책
굿시티 포럼서 ‘도시재생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찾다’
  • 노경은 기자(nic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9.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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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시사저널 주최 ‘굿시티포럼’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서 성황리 열려
도시재생의 미래 함께 고민할 청중 300여명 참석
시사저널이 주최하고 국토교통부, 국토연구원, HUG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후원하는 '굿시티포럼 2019 URBAN INNOVATION' 행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가운데,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 하승창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 안충환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 최준필 기자
시사저널이 주최하고 국토교통부, 국토연구원, HUG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후원하는 굿시티포럼 2019 URBAN INNOVATION 행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가운데,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 하승창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 안충환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 최준필 기자

 

 

사회에 쇠락한 도시를 재생하자는 화두가 던져진 지 오래다. 그 사이 도시재생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많이 생겼고 도시재생에 대한 고민과 깊이는 깊어졌다. 그런데 도시재생을 위해선 활발하게 이뤄지는 재개발과는 완전히 다른 철학과 가치, 방법론, 사업모델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아직 모법답안은 없다.

시사저널이 도시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도시(Good City)로 만들지 고민하고 답을 찾기 위해 연 GOOD CITY FORUM 2019(굿 시티 포럼 2019)이 30일 성황리에 마쳤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석학들의 강연을 듣기 위해 300여명의 청중이 모였다. 강연 및 토론자로는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로버트 파우저 독립학자(전 서울대 교수), 하승창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비서관), 이승한 Next&Partners 회장(전 홈플러스 회장), 강현수 국토연구원, 안충환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장, 황순우 건축가, 서민호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최광운 도시재생큐레이터, 김기영 SK E&S 소셜밸류본부장,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김이탁 국토교통부 도시재생기획단장 등 각계 인사가 참여했다. 이날 포럼은 국토교통부·국토연구원·주택도시보증공사가 후원했다.

포럼을 개최한 시사저널은 ▲노후화된 지역과 양적 도시성장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재생관련 프로젝트를 앞다퉈 진행 중인데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 ▲지방은 인구감소, 저성장으로 인해 위기상황인데 이를 도시재생으로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 길을 어디서 찾을지 ▲골목길이 지닌 잠재력을 어떻게 높일지 등을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포럼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강연에 앞서 개회사에 나선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는 “침술이 몸에 자극을 줘 건강을 회복시키듯 도시재생도 최소한의 개입으로 주변에 긍정적 효과만으로 엄청난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때 도시재생은 인문학적 가치를 발굴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사장은 “도시재생을 할 때 거점시설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거점시설은 자석과도 같다. 거점시설을 잘 만들면 사람을 끌어 모으기 때문에 효과적인 도시재생이 가능하고, 침체된 구도심을 회복할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 이와 같은 고민과 해결책이 마련돼 지역에 적용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도시재생의 어제, 대규모 아파트 중심의 주거형태가 재생의 걸림돌

포럼 첫 번째 기조강연은 외국인 신분임에도 서울 서촌 한옥을 지킴이로 활동한 독립학자 로버트 파우저가 맡았다. 로버트 파우저는 ‘한국 도시 재생의 조건을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한국의 주류 주거형태가 아파트가 됐기 때문에 아파트가 아닌 주거형태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높지 않다는 점이 한국 도시재생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로버트 파우저는 획기적인 한국 도시 재생의 조건 세 가지로 주거에 대한 기대 다양화, 다양한 소규모 개발 활성화, 친환경과 에너지 절약 등 기술적 조건을 꼽았다. 파우저는 “한국은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주거와 생활관이 자연스럽게 다양화됐다.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다양한 소규모 개발과 수리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 시장의 다양화를 이루기 위해 기술적 발전 차원에서 안전과 편리성, 친환경과 에너지 절약 기술 발전도 따라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승창 연세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는 ‘도시재생과 사회혁신의 키워드는?’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기조강연을 맡았다. 하 교수는 자신이 과거 베를린에서 본 버려진 맥주양조장이 문화양조장으로 변신한 사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만든 공간 등을 소개했다. 역사가 남은 기존 공간에 문화와 예술을 합쳐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시키는 것. 하 교수는 베를린이 이러한 시설들로 많은 세계인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면서 문화와 예술이 역사와 기억을 토대로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콘텐츠 풍부하게 했다는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하 교수는 도시재생이 성장에만 목표를 두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지원 중심의 도시재생은 한계가 있다. 주민 주도의 의사결정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미국 라스베가스의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아닌 민간회사가 도시재생을 주도하는 것으로, 동네 주민이 도시재생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면 회사가 심사해서 자금을 지원해주는 형태다. 대신 제안 사업은 카페, 소규모 가게와 같은 소규모 창업만 가능하다. 소규모 창업으로 도시 공간의 밀도가 높아지면 또 다른 필요 상권이 만들어지며 더욱 공간은 풍요롭게 만든다는 게 하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다운타운 프로젝트는 예산으로 이룬 것이 아니다. 이처럼 공동체나 주민의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등의 법적인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도시재생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연사의 강연 뒤에는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이 좌장을 맡고 두 명의 연사, 안충환 국토교통부 국토토지실장, 김종익 전국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장이 함께 토론을 이어갔다. 안충환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재개발·재건축은 수익성 있는 곳 위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도시재생이 필요한 지역은 이 같은 방법으로 개발되기 어렵다. 부득이하게 공공이 지원하고 투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 성공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 실장은 도시재생의 성공 요인으로 주민의견 수렴과 함께 공간의 혁신을 꼽았다. 그는 “공간 혁신은 기업 활동이나 예술가가 모여들도록 중기부, 문화부 등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익 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장은 도시재생의 성공 키워드로 공고한 거버넌스 구축과 인적자원 지원 활성화를 꼽았다. 김 센터장은 ‘정권이 바뀌면 도시재생 끝나나요, 유지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라고 말하면서 사회적 자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공공투자가 강하게 들어오면 도시재생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권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없애는 공고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 문제도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많은 주민이 도시재생을 통해 운영위원회, 감사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지만 문제는 훈련된 인력이 재배치될 수 있는 고용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다. 그는 “국가가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재생이 유지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가장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성공모델로 김 협의회장은 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동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F1963을 꼽았다. 이곳은 고려제강이 과거 공장으로 사용하던 곳으로, 이후 이전하면서 사재를 출현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김 협의회장은 “이 사례는 다른 민간기업이 도시재생을 시도케 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또 공동체적 가치 측면에서는 100여명의 주민이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도시재생을 추진한 부산 만리, 도시로 봤을 땐 세종시 등이 이상적”이라고 소개했다.

◇도시재생의 오늘, 27년 간 방치된 공간이 도시의 비전 제시까지

점심식사 후 1시부터 이어진 첫 번째 세션에서는 첫 번째로 이재광 HUG 사장이 기조강연자로 나섰다. 이 사장은 “HUG가 기금을 지원하는 사업장은 총 251곳이며 올해 기금 집행률은 40%를 넘는다”며 HUG의 도시재생 기금을 활용한 대표적 사업지로 이상화 시인 생가 인근의 대구 라일락뜨락 1956을 소개했다. 이곳은 1956년에 지어져 방치된 한옥마당으로, HUG 기금융자를 받아 라일락 고목을 되살리고 한옥을 개량하며 카페 등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주변 상권 조성 등 쇠퇴한 골목을 활성화하고 한옥개량을 통한 주변 환경이 개선될 게 기대된다.

이 사장은 “HUG본사가 있는 부산에는 주민센터가 약 208곳 정도 된다. 이가운데 30년 이상 된 곳이 70여 곳인데 공공건축물 재생리츠를 통해 보다 빠른 속도로 도시재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재생범위를 확대해 내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순우 건축가도 강연을 이어갔다. 황 건축가는 ‘예술을 매개로 한 지역재생’이라는 주제로 전북 전주의 팔복산업단지 내 멈춰선 카세트 공장을 약 5년에 거쳐 공장을 팔복 예술문화공간으로 작업해 온 사례를 소개했다. 황 건축가는 약 27년 간 방치돼 오면서 2200명에 달했던 인근 초등학교 학생수는 95명으로 급감한 이 지역을 매력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흩어진 공동체를 어떻게 치유, 회복해보자는 마음을 갖고 프로젝트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곳을 추후 운영하는 것을 인근 공장을 빌려 파일럿으로 운영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1년 뒤 설계, 공사 등에 녹여냈다. 공사기간동안 과거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는 선에서 조금의 변화를 줬다. 현재는 인근의 다섯 곳 초등학교에서 예술교육을 위해 이 공간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이를 계기로 전주시는 해당지역을 청년 친화형 산업단지로 지정했고, 앞으로 예술교육의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황 건축가는 “내용과 기능이 바뀔 가능성 있는 공간이 정말 많다. 시대가 바뀌면서 도시의 기능이 전환되고 유휴공간 넘치고 있지만 어떻게 할지 몰라서 텅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며 “미래세대를 위해 조금만 더 고민한다면 그런 건물들을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뒤이어 서민호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해외 도시재생의 경험과 교훈’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서 연구위원은 일본 안경 제조의 메카 사바에시(市)를 사례로 들며 도시재생은 행정시스템과 결합해서 진행될 때 효과가 있음을 피력했다. 그는 “사바에시는 일본의 안경공장이 모두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지역경제가 몰락했던 곳이다. 그러다 티타늄 안경으로 회생했다. 그들에게 안경이 없는 일상은 없기 때문”이라며 “지역에 있는 어린이, 청년들도 지역으로 돌아갈 수 있게 교육도 특화한 게 주효했다. 현재 사바에시는 일본 안경 생산의 98%를, 세계 안경시장 20%를 점유율을 차지한다. 작지만 유일한 혁신 동력과 지속이 도시재생을 일군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마지막 강연자인 최광운 도시재생큐레이터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홍보와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주민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 제도, 교육 및 사업이 넘쳐나지만 참여자가 많지 않다. 이유는 정책지원제도의 소비자인 주민이나 청년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인적자원을 유치하고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홍보와 마케팅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도시재생의 내일, 기업·지자체·주민 협업에서 찾다

열띤 강의는 세 번째 세션에서도 이어졌다. ‘로컬라이즈 군산’을 운영중인 SK E&S의 김기영 소셜밸류 본부장은 “과거에는 기부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의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사회의 문제를 등한시할 수 없다는 게 여러 현상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소셜벤처 육성으로 일자리 창출, 도시 재생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인 로컬라이즈를 시행하게 됐다”고 계기를 밝혔다.

현재 SK E&S는 창업콘텐츠를 발굴할 24개의 팀을 위해 군산의 구도심의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회의 등 업무 거점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군산의 훌륭한 지역적 자원에 청년 아이디어를 더해 생기를 되찾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재 계열사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도 과정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지원을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프로그램 기획, 참가팀 선발, 창업팀 교육, 중간점검, 공유결과 공유, 사업실행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의도치 않게 언론과 정부·지자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군산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책임감 갖고 꾸준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발표는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의 ‘어떻게 로컬 DNA를 찾는가’란 주제로 진행됐다. 홍 대표는 건설, 시행사가 공급하는 아주 효율된 도시에서 살아왔지만 이는 누적된 자본과 권력구조에 의한 문화적 획일화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제는 기술변화에 의해 도시행태도 변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로컬 창조산업의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는 지역베이스의 회사가 생기고, 지역기반의 로컬 미디어도 있다. 로컬과 함께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팀이 사업을 진행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며 “더욱 고무적인 건 로컬에 대한 투자가 많다. 도시재생 펀드가 조성되고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생태계 속에서 민과 관이 융합하면 좋은 도시재생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김이탁 국토부 도시재생기획단장은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단장은 “도시재생 뉴딜은 단순 주거정비사업이 아니라 쇠락한 도시를 재활성화시켜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도시혁신사업”이라며 “특히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지의 선정을 광역시도 등 지자체가 하도록 일부 위임하고 있다. 다만 법과 제도는 중앙정부에서 마련해도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혁신지구 사업계획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등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뜨거운 열기 속에 많은 질의응답이 이어지며 당초 계획한 일정보다 30분 이상 늦게 종료됐다. 연사의 강연이 끝난 후 권대우 사장은 폐회사에서 “지방이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라며 “이런 까닭에 부산 등 멀리 지방에서 많이들 찾아주신 것 같다. 오늘의 포럼이 참석자들이 소속된 동네의 품격을 높이는 역사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노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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