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 대비 예금자 보호한도는 ‘제자리걸음’
업계 “예보료 부담 과도” 예보료율 인하 필요성 주장

예금보호한도 변경 내역./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예금보호한도 변경 내역./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금융시장 규모가 커졌음에도 예금자보호한도는 20년 넘게 변하지 않은 데 대해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 규모 확대와 과거 ‘저축은행 사태’ 등을 감안해 금융소비자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예금자 보호한도를 높이면 금융사의 예금보험료 부담도 커져 소비자에 대한 부담 전가 우려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2001년 개정된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예금자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금융사별로 최대 5000만원까지만 보호받을 수 있다.

2001년 개정 전에는 IMF 사태 이후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소비자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외환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예금 전액을 보장했었다. 그러나 IMF 사태가 진정되면서 전액 보호에 따른 예금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부분보호제로 제도가 개정됐다. 햇수로 따지면 20년 가까이 예금자 보호한도는 5000만원으로 변함이 없는 셈이다.

문제는 제자리걸음인 예금자 보호한도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2001년과 비교해 크게 성장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는 2001년 1만1484달러에서 지난해 3만3433달러로 3배가량 증가했다.

예금보험공사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실시한 예금보호제도 개선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KDI는 은행과 보험에서 보호한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퇴직연금 등의 예금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되 저축은행, 금융투자, 개인연금은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은성수 금융위원장 청문회에서는 예금 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제의가 나오면서 금융당국 차원의 검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예금 보호한도를 높일 경우 그만큼 금융사의 예금보험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늘어난 예보료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은행의 경우 예·적금 등 수신금리 및 대출금리에 예보료를 가산하는 방식으로 예금자에게 예보료 부담을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자에게 부과한 이자로 마련한 재원을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거나, 예금주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에서 예보료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등의 방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금융사에 부과하는 예보료 부담이 지나치게 많은 측면이 있다”며 “특히 저축은행은 예보료율이 시중은행의 5배에 달해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예보료율 인하로 금융사의 부담을 경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금융사 내부에서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하는지는 예보 측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예보료율은 금융위에서 정한 시행령에 따라 결정된 것이며 저축은행의 경우 타 업권에 비해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그만큼 예보료율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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