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행정소송 승소로 격화···업계 계속해서 첨예한 대립 예고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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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페이스북 등 콘텐츠제공사(CP)와 통신사들이 망 사용료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글로벌 CP들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CP들을 공격하고 있고, CP 역시 이에 맞서 망 사용료 부과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양 진영간 갈등은 지난 8월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격화됐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재판5부는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방통위는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017년 5월 페이스북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 실태 조사에 착수, 이듬해 3월 페이스북이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다며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페이스북이 지난 2016년 12월부터 약 2개월에 거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접속경로를 KT에서 홍콩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입자들은 접속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페이스북은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문제는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통신사와 CP간 망 사용료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국내외 CP들은 재판 직후 입장문을 내고 “문제의 본질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호접속고시’와 과다한 망 비용”이라고 주장을 펼쳤다.

정부는 2016년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개정해 통신사끼리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는 원칙을 폐기하고 종량제 방식의 상호 접속료를 내도록 했다. 고시 개정으로 페이스북 트래픽이 많은 KT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거액의 접속료를 줘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고, 이는 결국 페이스북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사는 국내외 CP 간 역차별이 문제라고 주장해왔지만 논란이 되는 망 비용 문제에서 핵심은 망 비용의 지속적 증가와 이를 부추기는 상호접속고시”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사들 역시 망사용료 논쟁의 핵심은 해외 CP들의 무임승차에 있다고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통신 3사가 포함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입장문을 통해 인터넷기업협회와 CP사들이 망이용대가 상승에 2016년 상호접속 고시 개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등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KTOA는 “페이스북 사건으로 부각된 문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망 비용 증가가 아닌 일부 극소수 대형 글로벌 CP의 망 비용 회피”라며 “일부 극소수 대형 글로벌 CP는 지금까지도 망이용 대가를 내지 않고 있으므로 망 비용의 지속적 증가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KTOA는 대형 글로벌CP의 경우 전체 트래픽의 30~40%를 점유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반면 망 대가는 거의 부담하지 않고 있어 비용이 모두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가 유발하는 LTE(롱텀에볼루션) 데이터 트래픽이 상위 10개 CP 전체 트래픽의 67.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변재일 의원은 “네이버는 연 700억원, 카카오는 연 300억원 정도의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지만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들은 국내 사업자보다 훨씬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도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거나 적은 비용을 내고 있다”며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 등으로부터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페이스북 판결로 본 이용자보호제도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이용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역외적용 규정과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확대 등을 통해 해외 사업자에 집행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용자 중심 규제, 국내외 동등 규제라는 원칙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 역시 “망 이용대가를 사업자 사이의 계약 문제로 남겨둔다면 협상력이 강한 글로벌 CP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기 어렵고 국내 CP의 역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이와 관련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청문회에서 “망 사용료 문제는 통신사와 CP 등 당사자들끼리의 사적 거래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나서기 어렵다”며 “다만, 관련 부분을 구체화하고 어떤 것들이 통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등 명확한 기준을 세워 나가겠다”고 답한바 있다.

한편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망 사용료 및 국내외 CP간 규제형평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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