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두 번째 영구채 발행···단기적으론 재무구조 개선에 효과적
“내년 초 주총 앞두고 경영권 분쟁 여지 줄여나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자본 확충에 나선다. 사진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행동주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가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지적하며 경영진을 압박한 만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최초 이자율 4.6%, 1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할 예정이다. 만기일은 발행일로부터 30년이고 발행 2년 후엔 조기상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영구채 발행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에도 최초 이자율 5.1%, 2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며 비슷한 조건을 밝힌 바 있다.

업계선 대한항공의 영구채 발행을 두고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영구채 발행은 장기적인 관점에선 수익성 악화를 우려할 여지가 있지만, 단기 재무구조 개선엔 효과적이다. 이 때문에 내년 초 주주총회를 앞둔 대한항공 경영진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지라는 것이다.

KCGI는 지속적으로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비판해왔다. 최근엔 강성부 KCGI 대표가 유튜브 ‘KCGI TV 케이씨지아이’ 채널을 통해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강성부 대표는 “글로벌 항공사 부채비율이 평균 200%안쪽인데 대한항공은 반기 말 기준 900%에 가깝다”며 “원인은 대부분 쓸데없는 호텔 부지 등 유휴자산을 과도하게 가진 데 있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대한항공의 2분기 말 부채비율은 884.4%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10% 확보와 대한항공의 영구채 발행 등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경영진의 입지가 공고해졌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총수 일가 지분이 28.93%, KCGI가 15.98%, 델타항공이 10%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델타항공과 조원태 회장 및 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40%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KCGI의 지분을 통한 경영권 압박은 힘들어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KCGI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같은 조치들은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조원태 회장에겐 긍정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영구채 발행은 대한항공의 ‘중장기 비전 및 경영발전방안’의 일환이기도 하다. 2017년 이후 대한항공의 총 부채액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2분기 말엔 24조289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2월19일 경영 개선안을 발표하고 2023년까지 부채비율을 395%로 낮추고 신용 등급은 현재 BBB+에서 A+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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