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공사비 후려치기에 건설사들 난색···“주택품질 저하·적자 시공 우려”
간접비 미지급 여전, 발주기관 귀책사유 연장비용도 건설사가 부담

27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사비 후려치기’나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미지급’ 등 공공기관들의 갑질로 인해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건설사들은 주택사업이 위축됨에 따라 공공공사에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큰 수익은 나지 않지만 실적에 도움이 되고, 향후 추가적으로 나오는 대형 수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공사비 후려치기’나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미지급’ 등 공공기관 ‘갑질’로 인해 건설사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LH 건설사비 턱 없이 부족···주택 품질 저하·적자 시공 우려”

2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발주한 시공책임형CM(건설사업관리) 시범사업 공사비를 3.3㎡당 325만원에 책정했다. 지난해 발주됐던 사업들의 3.3㎡당 공사비가 340만~35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3㎡당 최대 25만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공사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시공책임형CM은 설계 단계에서 시공사가 들어와 시공 노하우와 기술력을 반영해 착공 후 문제없이 공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공사비를 낮추는 데에 목적을 두다 보니 사업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단가가 낮은 상황인데 무조건 더 절감하라는 식으로 하다보니 공사비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며 “공사비 수준이 너무 낮아 대형건설사들은 이미 발을 빼는 추세고, 박한 공사비에 맞춰 공사를 하다 보니 주택품질 저하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추가 발주가 예정돼 있는 과천에서는 3.3㎡당 공사비가 325만원선으로 알려지면서 대형사들이 빠지고 중견사들이 참여한 상황이다. 중견사들은 물량 확보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수주에 나섰다. 한 중견사 관계자는 “중견사들도 견디기 힘든 공사비 수준이다”며 “물량 확보 차원에서 수주에 나사고 있지만 적자 시공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간접비 미지급’ 관행 여전···“발주기관 귀책사유로 연장돼도 추가 비용은 건설사가 떠안아”

발주기관의 대표적인 갑질인 ‘간접비 불인정’도 건설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공공기관의 귀책사유나 자연재해 등의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공사기간을 연장하더라도 건설사들은 추가로 발생한 금액을 받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추가 비용을 받기 위한 건설사들의 소송전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공기연장 간접비 미지급액 소송 규모는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지난해 서울 지하철 7호선 간접비 소송에서 대법원이 서울시의 손을 들어준 이후 진행된 간접비 소송에서 원고 측 건설사들이 줄줄이 패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온수~부평)를 맡은 대림산업 등 12개 건설사들은 발주처인 서울시를 상대로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공사가 당초 예정보다 21개월 연장돼 공사비 280억원이 추가됐다며 지급을 청구했다. 1,2심은 청구 공사비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반면, 대법원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듬해 열린 건설사 A사와 B사가 지난해 국토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을 상대로 제기한 8억4000만원 규모의 도로건설공사 간접비 소송도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2009년 4월 착공한 이 공사는 당초 2014년 3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예산 부족 등 발주기관의 귀책사유로 준공시기가 2017년 6월로 최종 연장됐다. 총 공사기간이 1187일이나 늦춰진 A·B사는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법원은 원고의 청구에 대해 ‘이유 없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업계는 공공공사가 수익성이 적은 상태에서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공기연장에 대한 간접비까지 시공사가 떠안으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특히 대번원 판결 이후 갑질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발주기관들이 1·2심 선고 때만 하더라도 간접비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에는 다시 버티기로 들어간 모습”이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 연장으로 추가 비용이 생기면 발주기관과 협의를 통해 산정하도록 돼 있는데 갑을관계상 건설사가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계약 당사자 간 대등한 협의가 가능하도록 제3자 중재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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