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성공의 핵심 열쇠 ‘법의학 팬덤’

법의학 팬덤이라는 용어가 있다. 미들버리 대학(Middlebury College) 미디어 연구자인 미텔(Jason Mittell)은 팬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어디서든 즐길 수 있고 분석할 수 있는 장기적인 관여를 ‘법의학 팬덤’이라는 용어를 이용해 설명했다. 

특히 현재 콘텐츠 기획자들은 이러한 법의학 팬덤의 수가 늘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그들은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함에 있어, 이야기의 복잡성과 함께 팬들이 함께 적극적으로 파헤칠 수 있는 방식, 즉 적극적인 관여의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성공에는 넓게 확산되는 것(보다 많은 수용자들을 확보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야기 내부의 깊이에 대한 대화나 확장, 그것으로부터 나온 잔여가치들을 팬들이 비교하고 해석을 교환하면서 관여의 깊이를 더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하나의 시리즈나 에피소드들이 결말을 향해가는 핵심적인 수수께끼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는 단서를 갖고 있는 경우들이 많고, 열성적인 팬들 사이의 논쟁을 촉발하는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시즌 내내 시청자들에게 ‘남편 찾기’라는 미션을 수행하게 만든 ‘응답하라’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수용자들은 팬덤 내부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남편 후보자들을 라인업하고, 다양한 증거물을 수집하면서 결과적으로 누가 남편일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을 내놓는다. 

이러한 서사구조와 홍보 전략은 열정적인 팬들로 하여금 자신이 향유하는 시리즈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가이드하도록 온라인 레퍼런스를 직접 만들게 한다. 다시 말해 팬이 팬덤 자체를 스스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미텔은 법의학적 팬덤이 ‘팬들에게 말할 거리를 주고’, ‘그들이 다른 잠재 수용자들의 귀를 기울이게 만들면서’ 작동하게 된다고 분석한다. 

동시에 마블 유니버스와 같은 복잡한 이야기의 세계관은 팬들로 하여금 새로운 진실과 시리즈의 이해를 위해 지난 에피소드들을 다시 보면서 콘텐츠를 반복 시청하게 만든다. 팬들은 세계관을 만들어낸 창작자보다 콘텐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도 있다. ‘왕좌의 게임’과 같은 시리즈물에 대한 팬들의 가이드라인이나 해석은 시즌 중간에 이 콘텐츠를 향유하기 시작한 팬들에게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국 대중음악에 확산된 세계관 전략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고찰가능하다. 앨범이 연속으로 발매되면서 다양한 해석의 장치들을 팬들에게 제공하고 팬들이 스스로 앨범의 컨셉이나 스토리텔링을 스스로 생산하게 만드는 건 이제 더 이상 새롭거나 신기한 일이 아니다. 팬들이 생산자가 제공한 콘텐츠를 이용해 콘텐츠 자체를 맥락화하고, 실마리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전략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