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전략 수립 중···현대차 투자 규모에 맞춰 청사진 구체화 전망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설립하고, 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들 역시 이에 발맞춰 시장조사에 나서는 등 시동을 걸고 있다.

27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연내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 브카시에서 생산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현재 공장 설립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현지 정부와 한국에서 부품 등을 조달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그에 따라 동남아 최대 자동차시장인 인도네시아가 일대는 물론 호주·아프리카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동남아·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개척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며 “이번 인도네시아 공장 건립과 함께 현대차뿐 아니라 관련 계열사들의 진출도 순차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미국·인도·체코 등 현대차 공장이 세워진 지역에는 차례로 계열사들이 들어선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은 현대차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데,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추진 때부터 현지 진출 모색을 위한 나름의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면서 “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내부에서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논의되고 있으며, 현대차의 투자 규모가 발표되면 이에 발맞춰 이들 역시 현지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복수의 계획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측의 투자 규모에 따라 현지 공장을 신설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가까운 인도의 아난타푸르 스틸서비스센터(SSC)가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곳에서 조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여러 계획안이 있지만, 현대차의 투자 규모가 결정돼야 확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현대차그룹의 동남아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면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이 빚어질 전망이다. 해당 지역은 사실상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독식하다시피한 곳이다. 인도네시아만 하더라도 시장점유율 62%를 차지한 상위 3개 업체가 모두 일본 완성차(토요타·다이하츠·혼다)다. 그밖에도 다수의 일본 브랜드들이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차가 공장 부지로 점 찍은 델타마스공단 내에도 미쓰비시·스즈키 등이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브랜드가 동남아에서 90% 이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시장 안착만으로도 대성공”이라면서도 “전략을 잘 짜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업계는 정 수석부회장이 언급한 ‘전략’으로 전기차를 꼽는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촉진과 관련한 대통령령이 공포되는 등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다. 관련보도 등에 따르면 공해 등 환경오염 문제 해결과 석유 수입에 따른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칼을 빼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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