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이너 장호석은 뉴욕 라이프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 공간으로 고객들을 초대하는 디자이너다. 많은 인종이 모여 있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곳. 호스팅하우스의 장호석이 꿈꾸는 새로운 서울의 모습이다.

사진=이지아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공간 디자이너 장호석이다.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일을 할 때부터 인테리어 스타일링 쪽에 관심이 많았다. 뉴욕에서 일을 하다 한국에 돌아왔고, 김석진 대표와 함께 호스팅하우스라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했 다. 이제 1년 차에 접어든 신생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원래부터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았다. 인테리어를 전공한 게 아니라 스스로 모자란 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많이 공부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인테리어 스타일링 일을 했다. 외국에서는 보통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스타일링 디자이너가 함께 일한 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하드웨어적인 것과 공간, 바닥을 담당하고, 스타일링 디자이너는 소파, 패브릭, 커튼, 쿠션, 책, 플라워 등으로 공간을 꾸민다. 원래부터 꾸미는 일을 좋아했고 지인들로부터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면서부터 클라이언트가 생기더라. 꽤 적성에도 맞았고, 잘하게 됐다.

호스팅하우스는 어떻게 탄생했나. 본격적으로 인테리어를 시작한 건 한국에 돌아 와서 스튜디오 콘크리트라는 그룹의 객원 멤버가 되면서부터다. 당시 데커레이터 라는 직함으로 공간 디자인 전시를 열었다. 인테리어 전시라는 개념이 없었던 때라 실험적인 것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뉴욕에서 살던 집을 한국에 재현한 ‘하우스 워밍’이라는 전시를 열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때 많은 분이 나의 감각을 인정해줘, 용기를 얻어 한국에서 공간 디자이너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시다시피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돈을 벌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팀을 꾸린 뒤 아이디어를 하드웨어적으로 구현하면서, 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을 하게 됐다. 호스팅하우스는 인테리어 디자인도 하지만 스타일링까지 할 수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강점이 있다. 아직은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지만 실험적이고 콘셉추얼하게 공간을 꾸미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다.

1 블랙&화이트를 기본으로 내추럴 무드를 살린 멋스러운 공간. 2 성수동에 위치한 호스팅하우스의 입구. 3 향에 민감한 디자이너가 애정하는 향기는 조 말론 런던 ‘블랙베리 앤 베이 시티 에디션 캔들, 서울’. 다양한 오브제와 향초를 함께 연출한 창가. /사진=이지아

 

‘호스팅’이란 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낯선 개념이다. 호스팅하우스라는 이름은 친구들이 지어줬다. 외국에서 파티를 열 때 주최자를 호스트라고 한다. 파티를 즐겁게 만드는 것은 호스트의 몫이다. 호스팅하우스는 클라이언트의 집이나 상업 시설을 마치 내가 주인(호스트)이 된 듯 니즈에 맞춰 꾸며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종의 비유법인가? 그래서 그런가, 1년 내내 호스트로 끝나고 있다. 행사나 이런 것만 들어온다(웃음).

‘뉴욕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이라는 브랜드 소개가 인상적이다. 이탈리아도 그렇고 나라마다 명확한 스타일이 있지 않나. 뉴욕 하고 떠올리면 또 다른 스타일이 있다. 뉴욕 생활을 10년 동안 하면서 느낀 점은 뉴욕은 미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라는 것이다. 많은 인종이 뉴욕 각지에 모여 살면서 문화를 만든다고 할까. 차이나타운에 가면 중국 느낌이 들지만, 어떤 곳에서는 이탈리아를 닮은 뉴욕이 있다. 코리아타운에 가면 한국 느낌이 나는 뉴욕을 볼 수 있다. 각 나라의 문화가 뉴욕과 만나 탄생하는 뉴욕만의 문화다. 뉴욕 라이프스타일은 굉장히 광범위하다. 그래서 뉴욕 라이프스타일 이라고 콘셉트를 잡고 공간 디자인을 전개한다.

1 뉴욕 감성으로 채운 호스팅하우스의 쇼룸 전경./ 사진=이지아

 

다양성을 디자인적으로 풀어낸 건가? 클라이언트들마다 개성이 있지 않나. 사람 들마다 옷을 입는 방법이 다르듯이 공간도 마찬가지다. 클라이언트에 맞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디자이너이지만 클라이언트의 조력자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서포트 역할인 거다. 한 예로 커튼 하나를 고를 때도 많은 옵션을 제안한다. 미팅을 할 때 여러 가지 대안을 제안하고 역으로 그 옵션을 고르도록 한다. 클라이 언트의 취향을 먼저 파악한 뒤 그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공간을 꾸밀 때 클라이언트의 개성이 묻어나게끔 하는 것을 좋아한다. 디자이너에게 전부 다 맡기면 쉽게 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재미있게 합시다’라고 이야기한다.

클라이언트들의 만족도가 높겠다. 아이템을 하나 선정할 때도 “당장 급한 거 아니 니까 정말 어울리는 아이템인지 고려해보라”고 말씀드린다. 충분히 리서치를 하고 클라이언트도 리서치를 한 다음 가격을 비교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겪으면 실패가 없다. 결과물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저절로 이야기도 만들어진 다. 나는 아이템을 선정할 때 클라이언트에게 스토리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래야 가족이나 친구들과 대화할 때 얘깃거리가 많아진다. 물건들을 어떻게 세팅해서 예쁘게 보이도록 하는가가 중요하다. 그 안에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둠으로써 자신만의 공간으로 느낄 수 있게 하려고 한다.

‘혼재’가 콘셉트인가? 한 스타일만이 아니라 하나로 조화롭게 할 수 있는 게 바로 다양성이다. 여러 가지를 하나처럼 보일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장점이다. 모던한 가구와 오브제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빈티지함이 있고, 화려하지만 깔끔한, 전통적이지만 전통적이지 않은 것들을 조합해서 공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자칫 콘셉트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 작업을 하면서 ‘과연 이게 예쁠까’라는 고민을 항상 한다. 그림은 직접 그려보면 알지만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상상한 대로 공간이 완성된 후에야 아는 거니까. 작업이 시작될 때부터 공사가 끝날 때까지 그걱정을 한다. 공사가 마무리됐을 때 내가 잡은 콘셉트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예술적인 시각으로 디자인에 접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면이 없지 않다. 전공 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전공자라면 컬러, 재료 등을 배웠기 때문에 틀에 맞춰 했을 거다. 하지만 나처럼 비전공자들은 머릿속의 상상을 실제에 구현하는 거니까 막상 하자면 겁이 난다. 그래서 내 상상대로 결과물이 나오면 더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자신만의 디자인 방식이 있다면? 가령 소파를 먼저 선정한 뒤 나머지 아이템들을 채워넣는 식이다. 거기에 어울리는 벽지, 식물, 타일 등을 연상해서 공간을 완성해 나간다. 콘셉트를 도출하는 단계에서 많은 것을 참조하지만 오브제나 가구 등을 보고 조합해서 한 공간을 꾸미는 편이다.

외국의 것을 한국에 소개하는 방법은 이미 많은 크리에이터가 사용하고 있다. 자신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내가 뉴욕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나만의 감각으로 풀어서 클라이언트들이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똑같이 경험하길 바란다. 최근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뉴욕 스타일의 타운하우스를 소개했다. 물론 한국에서 실제 타운하우스처럼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공간에 와서 경험을 하고 갔으면 하는 마음을 녹여냈다. 오리지널을 나만의 해석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미국, 유럽 감성의 차이는 무엇인가? 감성은 곧 표현의 방식이라고 생각한 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를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리가 전개 하는 캠페인도 ‘아이 러브 미(I Love Me)’다. 자신을 숨기면 숨길수록 감성도 숨겨질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옷을 입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패션처럼 공간도 마찬가 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 부분에서 감성이 달라 진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인테리어 트렌드는 어떤가? 굉장히 빠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올라갔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외국에서 잘나가는 것이나 잡지에 소개되는 것들을 무작정 따라 하지 않았나. 지금은 남들이 가지지 않은 것이나 빈티지한 아이템 들을 많이 찾는다. 감각이 많이 올라간 것이다. 이런 트렌드가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았다. 워낙 눈에 보이는 정보가 많다 보니 흔한 것들은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받아 들인다. 새롭고 재미있고 예쁜 것을 찾는 게 지금의 트렌드다.

최근 파넬 쇼룸의 리모델링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가구 브랜드인 파넬 논현 쇼룸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공간 리뉴얼을 하는데 하나만 고집하지 않더 라. 기존에는 전통적인 프로방스 스타일의 가구들을 전개하다가 이제는 모던 클래 식한 디자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공간을 재해석해서 이탈리아에 있을 법한 쇼룸을 만들었다.

삼성 비스포크와는 어떻게 협업하게 되었나? 삼성에서 비스포크 론칭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6명의 아티스트와 함께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비전공자이지만 나만의 감각으로 공간을 꾸며보자는 숙제가 있었다. 많은 분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줬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재미있고 관심도 많이 받았다. 운이 좋은 프로젝트였다.

2 호스팅하우스가 리모델링에 참여한 파넬 논현 쇼룸. 3 호스 팅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유리 테이블과 다양한 브랜드의 스테이셔너리. 4 공예 작가들의 컵, 식기 등 여러 가지 주방용품을 모아놓은 키친 바./ 사진=이지아

 

호스팅하우스를 찾는 주고객층에 대해 말해달라. 편집 숍을 운영하고 있지만 SNS 나 매거진의 사진을 보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쇼룸에서 카페와 바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고객들에게 경험을 드리기 위함이다. 주로 사진을 찍고 경험하고 싶어 하는 사람 들이 찾는다.

소품 공수는 어떻게 하나? 리서치나 바잉도 하고 공간에 어울릴 만한 아이템들을 찾는다. 역으로 어울리는 브랜드에서 제안을 주기도 한다. 손님들 역시 너무 비싼 물건 보다는 재미있는 물건들을 한두 개 구매하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디자이너만의 취향이 있다면? ‘나는 이런 취향이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주변 사람들이 호스팅하우스 스타일, 장호석 스타일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내 스타일이 뭘까?’ 하고 고민해봤는데 클래식과 모던의 조화를 추구하지만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가구들도 볼드하게 쓰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여성 적이지만 여성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자신만의 디자인 철칙이 있나? 고집하지 않는 것. 디자이너이지만 내가 아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단지 클라이언트가 살 공간을 만들어주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내 스타일을 남들 에게 강요하지 말자는 주의다. 그래서 조력자나 서포터라는 말을 쓴다.

 

리빙센스 2019년 9월호

https://www.smlounge.co.kr/living

기획 이상지 기자 사진 이지아 취재협조 호스팅하우스(www.hostinghous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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