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투자자, 과점주주 사외이사 참여 안돼···향후 경영 참여도 불투명
방카슈랑스, 카드결제 등 협업 역시 큰효과 힘들어···장기투자자 확보 의미

우리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우리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대만계 보험사 푸본생명이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4%를 매입하면서 국내시장 진출 가속화를 예고했다. 우리금융은 이번 지분 매각으로 그 동안의 오버행(대량대기 매물) 이슈를 완전히 해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푸본현대생명과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푸본생명과 우리금융의 협력이 구체화 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푸본생명은 아직까지 우리금융의 재무적 투자자 위치기 때문에 경영 참여가 불가능하고 우리은행의 대만 진출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측은 특정 사업 연계보다는 안정적인 장기투자자 확보에 보다 의미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우리금융은 우리카드 자회사 편입과정에서 우리은행이 확보한 우리금융의 지분 중 4%를 대만계 보험사 푸본생명에 블록딜(장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로써 우리금융은 주가 부양의 최대 리스크였던 오버행 이슈를 해소하는데 성공했다. 매각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26일 우리금융의 주가(종가 기준)는 1만2600원으로 전일 대비 1.61% 상승했다.

푸본생명은 대만 푸본파이낸셜홀딩스의 자회사로 지난 2015년 현대라이프의 지분 48%를 매입하며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지난해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2336억원을 추가 투입하면서 최대주주(지분 62%)로 올라섰고 사명도 푸본현대생명으로 변경했다.

지난 상반기 푸본현대생명의 당기순이익은 120억원으로 전년 동기(576억원) 대비 79.17%나 감소했다. 이에 푸본생명은 우리금융 지분 매입을 계기로 국내 금융권 사업 확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푸본생명이 키움증권과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 기존 과점주주들과 동일한 4%의 지분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이번 매입은 단순 재무적 투자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사회 내 ‘과점주주 사외이사’ 자리는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외이사 확보, 경영권 참여를 위해서는 기존 이사회 간의 합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향후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우리금융 측 관계자는 “일단은 재무적 투자자로서만 참여한 것이기 때문에 경영 상에 변동사항이 있지는 않다”며 “향후 참여 여부에는 푸본그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이고 이사회 간 협의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푸본현대생명과의 협업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기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6년 민영화 이후 동양생명, 한화생명 등 과점주주와 함께 방카슈랑스, 카드 결제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동양생명의 순익은 711억원으로 2016년 동기(1518억원)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으며 한화생명도 같은 기간 2625억원에서 93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전체적인 업황악화를 극복하지 못한 모습이다.

반대로 우리금융의 대만 진출에 푸본그룹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앞서 2017년 우리은행 중국법인은 안방재산보험과 협력해 중국 현지 자동차 구매용 기업대출을 출시하는 등 해외영업에 과점주주를 활용한 바 있다. 안방재산보험은 동양생명과 같이 안방보험의 자회사로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글로벌 네트워크에 아직 대만 지점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도 불가능하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현재로서는 안정적인 장기 투자자를 확보한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배당 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푸본그룹은 재무적 투자자만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우량금융사가 장기 투자자로 들어온 것이라서 환영할만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버행 이슈가 해소되고 해외 투자자도 늘어난만큼 증권사 인수 등 사업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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