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눈치 살피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솜방망이 징계로 리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는 지적도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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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들의 자발적 리콜이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를 은폐하고 쉬쉬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리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마냥 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18 리콜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리콜 건수는 311건으로 전년 대비 약 8.4% 증가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자진리콜 비중 역시 90%(261건)에서 약 95%(294건)수준으로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 같은 현상을 “소비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데다 자발적 리콜을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더해져 생긴 결과”라고 해석했다.

공정위의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 있다. 차 업계에선 과거에 비해 결함을 덜 숨기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 자동차 업계 인사는 “소비자 사이 정보의 유통이 빨라져 어차피 문제가 될 상황은 대부분 알려지게 돼 있다”며 “미리 자진해서 밝히고 신속히 처리하는 편이 낫다”고 전했다. 문제를 은폐하거나 결함이 없다고 잡아떼다가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래 전 토요타 리콜 사태가 반면교사처럼 여겨졌다는 전언이다. 당시 논란 초기 토요타는 급발진 관련 문제를 운전미숙 등으로 치부하고 차량 결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다가 공분을 사게 됐다. 지금은 정상궤도로 돌아왔지만 자동차 업계 사상 최대 리콜 사태 중 하나로 여겨지는 해당 사건은 승승장구 하던 토요타를 휘청하게 만들었다.

제품에 대한 지식 및 의식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은 제품의 결함 자체보다 결함을 감추려 하거나 기만을 하려는 모습에 더욱 분노를 느끼게 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 소비자들의 눈치를 살피게 됐다는 점은 일부 긍정적 측면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허나 자발적 리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처벌이 약하다보니 그만큼 리콜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같은 경우는 리콜을 하게 될 경우 소비자에게 시간적, 정신적 배상도 해주고 회사가 흔들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벌금을 강하게 부과한다”며 “그러나 한국은 사실상 배상도 없고 징계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보니 리콜하는 자동차 회사들 입장에선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는 이 같은 현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폭스바겐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147억달러(약 17조원)를 배상키로 했으나 한국 소비자들에겐 단 돈 100만원씩 지급하는 걸로 결론났다.

이 밖에도 리콜을 실시한다고 해도 홍보가 부족해 많은 소비자들이 그대로 차를 타고 다니는 일도 비일비재 하다는 지적이다. 또 현대차 세타2 엔진 사례처럼 국토교통부 조사 직전에야 자발적으로 리콜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는 등 리콜과 관련해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김필수 교수는 “리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완전한 제품을 판 것”이라며 “자동차 결함은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단순히 리콜을 해주는 것을 넘어 배상 등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는 24일 현대차 및 기아차의 투싼 2.0과 스포티지 2.0 경유차 4만여대의 배출가스 부품 불량 결함시정(리콜) 계획을 승인했다. 이보다 5일 전엔 국토부가 렉서스 ES300h, 토요타 캠리와 프리우스, 닛산 큐브, 벤츠 C200‧GLA 220‧AMG S 63 4MATIC+‧E 220d, 페라리 488 스파이더 등에 대해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토부는 자기인증 적합조사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는 등 안전기준을 위반한 혼다 CR-V(8억원), 토요타 렉서스 ES300h, 혼다 어코드와 오디세이, 기아차 스팅어 등에 대해선 과징금을 부과토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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