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보단 자금난 부족 의혹 등 해결 먼저 나설 듯
델타항공이 한진칼 백기사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가능성 현저히 낮아”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KCGI의 주주제안에 “향후 이사회에 상정해 절차에 따라 논의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진빌딩 모습. /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0%를 확보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10%를 확보했다. 시장에선 델타항공을 한진칼의 백기사로 평가하고 있어,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중인 행동주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KCGI의 자리가 위태롭게 됐다. 일각에선 당분간 공세를 멈추고, 유튜브·아시아나항공 인수전 등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지난 23일 기준 한진칼 주식 591만7047주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 지분을 처음 매입한 지난 6월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지난 6월 20일 델타항공이 약속한 대로 한진칼 지분 10%를 확보한 것이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및 총수 일가 지분이 28.93%, KCGI가 15.98%, 델타항공이 10% 등을 보유하고 있다. 델타항공과 조원태 회장 및 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40%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KCGI의 지분을 통한 경영권 압박은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KCGI가 당분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보다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을 통해 존재감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자본금 부족 등의 의혹을 받고 있어, 인수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금난 의혹을 불식시킬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KCGI는 KTB투자증권와의 담보 계약이 해지되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삼정저축은행 등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는 등 자금난이 의심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진입하면서 조원태 등을 향한 KCGI의 영향력은 이전보다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외이사 손배소 건이 진행되고 있고, 하반기 실적이 다소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만큼 추후에 공세가 진행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3분기 실적이 기대치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대신증권은 25일 대한항공 3분기 예상 실적을 두고 “바닥을 논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델타항공이 한진칼에 ‘백기사’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영 참여에 관심이 없다고 스스로를 제한한 것은 단순히 약식보고를 위함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에 대해 현실화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는 것이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한진칼 측은 “델타항공이 지분을 확보한 것일 뿐, 별다른 공식적 의견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 한진그룹과 델타항공의 관계를 살펴보면 우호적인 성향이 강하다.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지난 2000년 델타항공과 함께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을 출범시켰다. 이후에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지난해 5월엔 두 회사가 조인트벤처를 맺었다. 이를 기념해 지난 5월 1주년 맞이 공동 광고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한진칼과 KCGI의 경영권 분쟁은 올 1월 KCGI가 한진칼에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 및 3월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신청을 진행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 7월엔 조원태 회장 등을 비롯한 총수 일가에 만남을 제안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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