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기조연설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 제안
일본 수출규제 조치 관련 “과거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가치 지키며 협력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전쟁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을 제시했다. 또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유엔총회 참석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24일 오후(현지시간) 총회 기조연설에서 “평화는 대화를 통해서만 만들 수 있다. 합의와 법으로 뒷받침되는 평화가 진짜 평화이며, 신뢰를 바탕으로 이룬 평화라야 항구적일 수 있다”며 “지난 1년 반, 대화와 협상으로 한반도는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나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 그 원칙은 첫째, 전쟁불용의 원칙이다”며 “한국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다.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비극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정전을 끝내고 완전한 종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둘째, 상호 간 안전보장의 원칙이다. 한국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 북한도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길 원한다”며 “서로의 안전이 보장될 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적어도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셋째는 공동번영의 원칙이다. 서로 포용성을 강화하고 의존도를 높이고 공동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다”며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경제는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하고 동아시아와 세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유엔 회원국들에게 한반도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이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유엔과 모든 회원국들에게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며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동서로 250㎞, 남북으로 4㎞의 거대한 녹색지대다. 70년 군사적 대결이 낳은 비극적 공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기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생태계 보고로 변모했다. JSA, GP, 철책선 등 분단의 비극과 평화의 염원이 함께 깃들어 있는 상징적인 역사 공간이 됐다”고 했다.

이어 “비무장지대는 세계가 그 가치를 공유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이다. 나는 남·북 간에 평화가 구축되면 북한과 공동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며 “판문점과 개성을 잇는 지역을 평화협력지구로 지정해 남과 북, 국제사회가 함께 한반도 번영을 설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내겠다. 비무장지대 안에 남·북에 주재 중인 유엔기구와 평화, 생태, 문화와 관련한 기구 등이 자리 잡아 평화연구, 평화유지(PKO), 군비통제, 신뢰구축 활동의 중심지가 된다면 명실공히 국제적인 평화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 단독 제거에는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구체적 방안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비핵화를 실천해 나간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국제 평화지대 구축은 북한의 안전을 제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다. 한국도 항구적인 평화를 얻게 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 합의하고 끊어진 철도와 도로 연결 작업에 착수해 북한의 철도 현황을 실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허리인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뀐다면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며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비전도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환경 보전 및 녹색성장과 관련해 “한국은 내년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제2차 P4G 정상회의’를 주최한다”며 “파리협정과 지속가능발전 목표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강화와 관련해 “동아시아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침략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상호 긴밀히 교류하며, 경제적인 분업과 협업을 통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이뤄왔다”며 “자유무역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그 기반이 됐다.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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