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 300만원에서 대폭 경감, 당선무효형 피해···재선 도전 명분 확보

서울고등법원/사진=이기욱 기자
서울고등법원/사진=이기욱 기자

‘불법 선거’ 혐의를 받고 있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피하게 됐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상당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며 1심보다 대폭 경감된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번 결과로 일부 명예회복에 성공한 김 회장이 향후 재선 도전에 대한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2 형사부는 24일 오후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 등 12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김 회장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1심 재판부의 벌금 300만원에 비해 대폭 경감된 수준으로 당선무효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위탁선거법 70조에 따르면 당선인이 해당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이날 재판부는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상당부부을 파기했다. 신문 기고문을 대의원들에게 발송한 행위에 대해서 재판부는 “해당 기고가 김병원 지명도 상승에 도움 됐을 것이기 때문에 김병원의 당선 목적으로 추진된 행위임은 충분히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기고문의 내용은 한중FTA 국회통과 등 농협의 현안이지 직접적 선거와는 관련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는 “타 후보자와 구별되는 공약 발표나 업적 홍보가 아니고 선거 내용도 전혀 없다”며 “기고문 발송이 김병원 당선을 위한 것이라고 명백히 인식했다는 ‘객관적 사실’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거당일 선거운동과 관련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결선투표 당일은 위탁선거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덕규의 지시를 받은 김범이 피고인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인정되고 김병원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유죄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당시 위탁선거법은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는 비판 있었고 2017년에 개정이 되기도 했다”며 “(법 개정으로) 결선투표일 문자메시지 전송, 소견 발표가 허용됐는데 이는 피고인 유죄 상당부분과 관련돼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해당 행위의) 가벌성을 그리 높이 볼 게 아니다”고 말했다.

추가로 재판부는 위탁선거법이 적용된 첫 선거로 느슨한 이전 선거 분위기 남아있었다는 점, 위탁선거법에 대한 충분한 의식이 정립 되지 않은 점도 함께 고려했다. 1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았던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도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원으로 감형됐다.

이번 항소심 결과 김 회장은 향후 재선 도전에 명분을 얻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장 선출은 단임제기 때문에 원칙상 김 회장의 재선은 불가능하지만 국회에 계류돼 있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이 빠른 시일내에 통과된다면 다음 선거부터 연임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있다.

개정안이 현직 회장에게도 적용될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기회가 된다면 김 회장은 현직 회장인만큼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게 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