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 위조 입증 위한 강제수사는 ‘위법’···‘행사죄’‘업무방해’ 혐의 등 추가기소 땐 문제 없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 현관에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 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 현관에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를 기소한 검찰이 공소 제기 후 정 교수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증거물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타당성이 있는 주장이지만, 검찰이 다른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았거나 기소할 경우 해당 법률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검찰은 지난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11시간가량 압수수색했다. 검찰과 법원은 영장에 적시된 구체적 혐의와 압수 대상물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압수 대상물 범위와 관련해 변호인 측의 이의제기가 있었고, 적법 절차를 위해 두 차례 추가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이에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기소 후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사실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례가 있다”면서 “정 교수 관련 압수수색물은 논란이 있을 듯”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다른 글에서 “조 장관 자택 영장에 피의자는 정 교수와 딸로 돼 있다. 따라서 정 교수 관련 압수수색물은 판례에 따라 공판에서 재판부에 의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썼다. 이 의원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판례는 지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 간부 A씨의 사건(수원지법 2008노5774)이다. 법원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6회 공판기일이 지난 후에 이 사건 담당 재판부(수소법원)가 아닌 다른 법관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씨가 연루된 사건의 ‘자립예탁금거래내역표’를 확보해 증거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집된 증거물로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라고 했다. 형사소송절차의 체계상 일단 공소가 제기되면 강제처분권을 포함한 형사절차의 모든 권한이 사건을 주재하는 수소법원에 속하고, 피의자가 아닌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강제처분 권한은 수소법원의 직접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2011년 4월 확정(2009도10412)됐다.

이 의원은 정 교수가 이미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에, 정 교수가 위조했다는 표창장 원본 등 관련 자료를 기소 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 교수의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에 배당돼 있는데, 수소(受訴)법원(특정 사건에 대한 판결 절차가 과거 또는 현재, 혹은 장래 계속될 법원)이 해당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면 정 교수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표창장 원본은 증거능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사문서위조 혐의가 아닌 다른 혐의를 적시해 압수수색을 하고 해당 표창장을 확보했다면 이러한 법률적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해 이를 딸과 아들의 대학 입시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정 교수에겐 위조사문서행사죄와 국립대 입시의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립대의 경우 업무방해 등이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소 후엔 강제수사는 할 수가 없다. 일반적인 영장을 발부받은 다음 표창장 관련 증거물을 압수했다면 후일 공판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이번 압수수색이 수소법원의 영장에 의해서 한 것인지 영장판사가 발부한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고 검찰이 사문서위조행사 또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았다면 이러한 법률적 문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 관계자와 정 교수 측은 영장에 적시된 혐의와 압수 대상물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시사저널e의 질의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기록 열람·복사를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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