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북미 간 비핵화 방법론 의견 교환···9월 하순 북미 실무협상 개최 가능성
비핵화 해법 놓고 이견차 여전히 드러내···文 대통령 ‘촉진자 역할’ 시험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6시 15분(한국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대화와 비핵화 촉진, 한미동맹 등 한반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북미가 좀처럼 비핵화 해법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다시 촉진자 역할을 맡은 가운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한층 더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이번 9번째 한미정상회담 핵심은 한미 정상이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8차 한미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은 만큼, 문 대통령이 다시 북미 양국 사이에서 촉진자 역할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양보 없는 北美 비핵화 해법 속 文대통령 역할 ‘관심’

주목되는 점은 한미정상회담이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9일 “이달 안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가운데 열렸다는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한 문 대통령의 역할도 관심사다.

북미 비핵화 방정식은 여전히 복잡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슈퍼 매파’로 불리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 보좌관을 경질하면서 그동안 북한이 꺼려왔던 리비아 모델 대신 비핵화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언급했지만, 아직 새로운 방식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리비아 모델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한 뒤 미국이 제재완화, 체제보장 등의 보상을 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의 약속만 믿고 핵을 포기하기 어렵다며 북한이 크게 반발했던 방식이다. 북한은 비핵화 조치와 보상 조치를 연계해서 이행하는 단계적 접근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식에 북한은 고무적인 반응이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돼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실현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현재로선 새로운 방법의 의미는 분명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북핵 동력이나 북한 핵 보유 용인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동일선상에서 보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북미 실무협상을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의견 조율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문 대통령은 북미 이견차를 줄이고 국제사회의 참여와 협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미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하겠다. 국제사회가 함께할 때 한반도 평화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며 “이번 유엔총회가 함께 만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한미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해 “최종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북한 비핵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협의”라면서 이른바 ‘하노이 노딜’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북미 간 의견 차이를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3차 북미회담’ 위한 노력···실질적인 성과 이뤄질 때까지 촉진자 역할 수행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안을 고심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중재안과, 비공개로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북미 실무협상과 비핵화 협상 개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다.

다만 워싱턴 일각에선 한국이 맡을 수 있는 역할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3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 비핵화인데,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연구원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원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부과한 주요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것인데, 그들(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을 그들(한국)은 해결해 줄 수가 없다”며 “(유엔 대북 제재 해제는) 오직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핵심 의제가 될 수는 있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시점엔 북한을 상대하는 데 있어 문 대통령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김정은도 (트럼프와) 같은 견해를 가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만남을 성사시켰지만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중재자의 역할은 불필요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청와대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문 대통령이 다시 촉진자 역할에 나선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굳건한 한미동맹의 지속적이며 상호 호혜적인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아울러 정부는 북미 양측이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그려놓고 순서대로 이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 때 단계별로 양측이 내놓을 카드를 맞추는 것이 북미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역시 향후 북미 실무협상과 3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이견차를 줄이고 진전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는 데 노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미 실무접촉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한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 간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 모두 최근들어 유연한 자세를 보이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전략과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갖고 한미회담에 임한 만큼 중재역에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교부 측은 “안전 보장의 문제나 제재 해제 문제 등 모든 것을 열어놓고 미국 측의 기본 입장을 같이 공유하면서 협상이 시작됐을 때 어떤 결과를 향해 나갈 것인지 공조 중”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괄타결식 빅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해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단계별로 교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미 실무협상에서 로드맵을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