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영향에 경영 악화···일본 악재로 경영난 겪는 국내 항공사와 유사
시장에선 대기업·펀드사의 기존 LCC 인수說 흘러나와

국적 항공사들이 일본 노선 조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모나크 항공, WOW항공 등에 이어 토마스 쿡 그룹이 파산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글로벌 항공사가 연이어 모습을 감추고 있다. 업계 악재에서 비롯된 경영 악화로 항공사들이 도산하는 것인데,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 시각) 가디언지에 따르면, 항공·여행사·호텔 등을 운영하는 토마스 쿡 그룹이 파산했다. 토마스 쿡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토마스 쿡 에어라인은 34대의 항공기를 보유 중이다. 이번 파산으로 영국 기준 15만여명, 유럽 전체로 보면 50만여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쿡이 파산한 것은 브렉시트 등 대외적 악재와 항공유의 가격 상승에서 비롯한 경영상황 악화 때문이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도출된 지난해 4분기, 토마스 쿡 그룹은 전년 대비 4배가량 늘어난 6000만 파운드(약 8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외 악재가 경영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 파산에 이른 것이다. 이는 국내 항공사들이 처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항공사들의 주요 이익 창출 노선인 일본 노선 수요가 급감했다. ‘자고 일어나면 일본 노선이 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줄이고 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한·일 간 항공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 줄어들었다. 관광객이 주로 탑승하는 LCC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승객이 감소했다.

항공사들은 일본 대체 노선으로 동남아를 꼽고 있지만, 항공사들이 일제히 몰리면서 수요 대비 공급 과잉 상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2분기에 이어 3분기 항공사 실적도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 6개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의 3분기 예상 실적은 전년에 비해 적게는 13.2% 많게는 68.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노선 포트폴리오가 한정적이라 같은 곳에 여러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다”면서 “공급이 늘어났다고 해서 수요가 단기간에 급상승하는 것이 아닌 만큼, 탑승률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일부 항공사의 인수·합병 등으로 업계 지형이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항공사의 고위 관계자는 “기존 LCC 중 한 곳이 항공업 투자 경험이 있는 모 펀드사와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관련된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보잉사의 737 맥스 기종의 운항 중단으로 실질적인 경영 위기를 겪는 글로벌 항공사도 생겨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라이언에어, 이스트젯과 함께 유럽의 주요 LCC로 알려진 노르웨지안 에어는 최근 채권자들에게 3억8000만 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채권 상환 기간을 2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르웨지안 에어는 737 맥스 기종을 18대 보유하고 있는데, 추락 사고로 해당 기종 운항이 중단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LCC 이스타항공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보유 중인 맥스8 기종 2대를 인천공항에 주기하고 있다. 중단 기간만 7개월을 바라보고 있다.

정류비용의 경우 정부에서 감면 결정을 내려 부담하지 않고 있지만, 리스비와 보험비용은 계속해서 지불하고 있다. 업계에선 운행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손실액을 맥스8 기종 1대당 매달 5억~7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지난해 영업이익을 훌쩍 넘어선 금액을 손해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3억원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지난 16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현재까지 누적 적자만 수백억”이라면서 “이대로 가면 회사의 존립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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