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거래량 1681건, 직전 월比 76% 증가
분양가 상한제 발표 직후 집값 상승세
세 부담 우려한 자산가들 일찌감치 증여 나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증여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 직후 집값이 꿈틀거리자 증여 거래는 급증하는 추세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자녀들에게 주택을 물려주고 세금 부담을 덜겠다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양도세 중과·보유세 인상 등의 여파로 매도가 쉽지 않은 만큼 증여 거래는 늘어날 전망이다.

24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의 전체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9.27%에서 올 상반기 12.25%까지 증가했다. 올해 들어 증여가 늘어난 주요 원인은 다주택자 규제 강화에 따라 양도세 중과 회피를 위한 가족 간 증여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 직후 증여 거래량은 두드러지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거래는 1681건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월(953건) 대비 76%나 증가한 것이다. 반면 전국 아파트 증여 거래는 6605건에서 6298건으로 소폭 줄었다.

상한제 발표 이후 시장 가격 상승으로 인한 세금 인상 요인 발생 등 다양한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증여가 가속화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단독·다가구주택 등 다른 부동산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증여세가 부여되는 것과 달리 아파트는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증여세가 부과되는 만큼 집값 상승은 증여 거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의 증여 거래 증가는 주로 강남권이 주도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체 증여 거래(1681건)에서 강남4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54.7%(919)다. 송파구에서는 478건이 거래되며 강남4구 중 가장 많은 증여가 이뤄졌다. 직전 월(107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강동구(107건→177건), 서초구(150건→186건), 강남구(64건→78건) 등도 증가세가 뚜렷했다. 그 외 지역은 동대문구(249건)와 구로구(126건)에서 증여 거래가 많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서울 집값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떨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오르는 분위기다”며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공급이 위축돼 새집이 귀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상품성이 좋은 아파트, 이른바 ‘똘똘한 한 채’가 많은 강남권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함에 따라 더 오르기 전에 일찌감치 증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양도세 중과, 보유세 인상 등으로 부동산 거래 시장이 침체돼 매도가 쉽지 않은 만큼 차후 증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다주택자의 양도세가 최고 62%에 달하는 것과 달리 증여세는 이보다는 훨씬 덜하기 때문에 매매보다 증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도 증여를 통해 세금은 줄이고 가족의 부동산 자산은 유지하겠다는 자산가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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