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5372억원 증가···대부분 코스닥에 유입
하락 베팅한 대차잔고는 3조원 증가
주가 하락 시 손실 커질 수도

증권사 신용공여 잔고액 추이. / 도표=이다인 디자이너

코스피 지수가 12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가운데 돈을 빌려 주식 매매에 나선 투자자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이 오를 때 사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적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해 주가 하락 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8조8445억원으로 사흘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전달 같은 기간보다 5372억원(6.5%) 증가했다. 신영거래융자액 규모는 7월25일 10억110억원 정점을 찍은 후 8월 들어 주가 하락과 함께 줄기 시작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을 받고 주식 거래 용도로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신용융자 잔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빚을 내면서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코스닥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됐다. 코스닥 신용융자 규모는 지난 20일 4조8681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조9763억원으로 전달 대비 1.7%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 달 동안 코스피로 들어간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전체 신용거래융자액의 86%에 달했다. 

이는 최근 한 달 사이에 코스피 증가율이 가팔랐기 때문이다. 코스닥은 지난 23일 645.01을 기록하면서 지난달 최저점을 기록했던 8월6일(540.83)보다 17%나 오른 상황이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2091.70으로 장을 마감하며 최근 한 달 사이 최저점을 기록한 8월6일(1917.50) 이후 9.1% 올랐다.  

반면 투자자 예탁금은 소폭 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준 예탁금은 24조2164억원으로 전달보다 1% 줄었다. 고객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판 뒤 찾지 않거나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은 자금이다. 고객예탁금이 감소한다는 건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는 뜻이다.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로도 자금이 유입됐다. 투자자들이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 펀드에서도 주식형 펀드에 투자를 집중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 441억원이 설정되고 437억원이 해지돼 4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된 것은 13일 만이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 순자산총액도 78조879억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3059억원 늘었다. 반면 전체 채권형 펀드에는 903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1164억원이 줄었고 해외 채권형 펀드는 261억원이 순유입됐다.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세 이유로 빚을 끌어오면서까지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문제는 국내외 주식 하락 요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국내 경기는 여전히 낮은 가운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 10개월 만에 0.7%포인트를 하향 조정했다. 정부 목표치인 2.4~2.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다음달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양국의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어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잔고도 늘고 있다. 그만큼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뜻으로 증시의 추가적 상승에 부담이 된다. 지난 23일 기준 대차거래잔고는 68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65조2000원)보다 약 3조원 증가했다. 대차거래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이다. 대차거래잔고가 많을수록 공매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시 상승이 약화될 수 있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이창환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말 한국 증시는 추가 상승 탄력 약화로 중립 수준의 주가 흐름이 전망됨에 따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대외변수 측면에서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 상존하고, (대내변수로 기업들이) 3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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