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계·관련업계, 자본시장 세제 개편 ‘동상이몽’
세제 개편 궁극적으로 어떻게 이뤄질 지 투자자 혼란
정부, 세제개편 명확한 방향 설정 제시해야

자본시장의 세제 개편 논의가 뜨겁다. 증권업 홀대론이 일었던 지난해와는 반대로 올해는 여야 할 것 없이 자본시장의 세제 개편에 관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지난 6월 말 증권거래세 인하를 시작으로 세제 개편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와 증권업계, 일부 정치권의 걸음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와 정치권에선 이미 증권거래세의 폐지를 수순으로 여기고 있다. 앞선 23일에 열린 국회 정책 토론회 의제가 ‘증권거래세 폐지 후 자본시장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였는데, 의제만 보더라도 이미 증권거래세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반대로 정부는 여전히 증권거래세 폐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과세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아직 증권거래세의 폐지 방침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못박고 있다. 앞서 언급된 토론회에 참석한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폐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논의를 벌이는 것은 시기적으로 앞서간 측면이 있다”는 발언까지 전했다.

이같은 불합치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만 더한다. 자본시장의 세제 개편은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민감한 문제다. 투자 성과와 밀접하게 관련되는 까닭이다. 특히 증권거래세 축소 및 폐지가 투자 소득에 대한 양도소득세 확대로 귀결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세제개편 방향성에 관심도가 높다. 

실제 다른 나라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모두 부과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주식 양도소득세를 전면 부과하고 있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은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 대신 주식 양도소득은 비과세다. 프랑스는 양도소득세와 금융거래세가 함께 부과되지만, 시가총액 10억유로 이상 기업의 주식을 살 때만 0.2% 금융거래세가 매겨진다. 

자본시장의 세제 개편에 대해 보다 더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한 때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종합소득세제로 갈 것인지, 독일·스웨덴·일본처럼 금융소득과 근로소득을 구분하는 이원적 소득세제로 갈 것인지와 같은 큰 틀에서부터 증권거래세와 주식 양도소득세간 역할 조정이 언제, 어떻게 이뤄지는 지 등 투자자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나와야 한다. 

세제 개편은 국가의 살림살이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오랫동안 심사숙고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문제다. 다만 세제 개편의 불을 당긴 이후에는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신속하게 나올 필요가 있다. 마침 정부도 올해 초부터 진행한 연구용역과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자본시장 세제 개편을 보다 더 구체화 한다고 하니 그 결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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