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채권·압수수색···잇단 사건·사고 증권가 ‘신뢰 추락’
  • 이용우 기자(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9.2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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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주식 이어 유령 채권까지···내부 통제 시스템 오작동
불법행위·이슈 관련 등으로 수사당국 조사도 빈번해져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연합뉴스

증권업계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사태에 이어 최근엔 채권 발행액보다 두 배가량 많은 ‘유령 채권’이 시장에 나오면서 증권사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는 분위기다. 또 증권사 관계자가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각종 이슈에 관련돼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는 등 고객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에 휘말리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증권업계에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한국투자증권에서 실제 발행한 채권 물량을 넘어서는 매도 주문이 시장에 나오는 사고가 발생했다. JTBC 회사채 800억원어치에 대한 매도 주문이 두 번에 걸쳐 한국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채권시장에 나온 것으로, 이 회사채의 총발행액(510억원)보다 많았다. 

주문 직후 증권사 측이 거래를 취소해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일은 최근 전자증권제도 시행에 따라 전산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이 ‘타사 대체 채권’ 입고 시 실제 금액의 1000배가 입력되도록 시스템을 잘못 설정해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 한국투자증권의 설명이다. 

해당 주문이 거래소 시스템에서 최종적으로 취소된 시각은 각각 오전 10시25분과 10시28분이다. 매도 주문은 이날 오전 9시12분(300억원)과 9시13분(500억원)에 나왔다. 최종 취소 때까지 주문 물량이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아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거래정지 조치가 늦어졌다면 거래가 체결돼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이번 사건은 증권사의 내부 통제가 미흡해 발생한 사건으로 업계에서 단골 사건이 되고 있다. ‘유령 채권’ 사건은 지난해 시장에 있지도 않은 주식이 유통된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고나 유진투자증권의 미보유 해외주식 거래 사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는 직원의 실수로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 배당을 주식 배당으로 잘못 입력해 실제보다 30배 많은 유령 주식이 잘못 입고되고 거래까지 된 사고였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도 비슷했다. 해외주식 거래 중개 과정에서 주식 병합을 누락해 고객이 실제보다 많은 수량의 주식을 매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증권업계의 거래 시스템 관련 사고 및 수사당국 조사 내용. / 도표=조현경 디자이너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의 사태들로 증권사들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이 개선 작업에 나섰지만 또다시 한국투자증권에서 거래 시스템에 의한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여전히 증시 거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삼성증권과 같은 유령 주식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 거래 때  총발행주식수를 넘어선 수량은 입력이 불가능하도록 자동 차단하는 전산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발행금액이 나뉘어 입력될 경우엔 시스템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허술한 거래 시스템뿐만 아니라 증권사 관계자의 불법행위로 금융당국과 검찰의 조사를 받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를 압수수색했다. 한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정보를 미리 입수해 기업분석보고서 배포 전 해당 주식을 매매해 이익을 남기는 불법행위)가 문제가 됐다. 

선행매매는 금융투자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이 주식 및 펀드 거래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해 매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본시장법상 선행매매는 업격하게 금지된다. 증권사 내부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할 경우 결국 고객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에는 한국투자증권의 영등포지점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당시 압수수색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펀드 투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였다. 당시 압수수색은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재산 관리와 투자를 도운 프라이빗 뱅커(PB)의 자료를 파악해 증거인멸 단서를 찾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금융당국의 수사는 직원 개인의 일이어서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증권사의 신뢰 문제와도 관련 있어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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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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