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선박대여업 진출, 신사업 통해 수익원 다각화 전략
신임 CFO에 정항기 전 현대그룹 상무 선임···산은 인수 후 첫 외부인사
최대주주 KDB인베스트먼트, 기업가치 개선 총력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우건설이 최대주주 교체 이후 신사업 추진과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한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리츠(REITs)에 이어 선박 대여업까지 잇달아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아울러 대우건설은 최고재무관리자(CFO) 자리에 산업은행 인수 이후 처음으로 산업은행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매각을 앞두고 기업가치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1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선박 대여업’을 신사업으로 추가했다. 대우건설을 포함한 건설사들은 통상 항만공사에 필요한 해상크레인·바지선·예인선 등을 현장이 끝나면 저렴한 가격에 매각하거나 비싼 돈을 주고 다른 현장에 보내야 했다. 대우건설은 이러한 해상장비들을 다른 건설사에 대여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건설부 산하의 종합건설회사인 CC1(Construction Company No. 1)와 손잡고 장비 임대 사업 수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는 물론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대우건설은 부동산 간접투자회사인 ‘리츠’ 산업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자산운용회사(AMC)인 ‘투게더투자운용’(AMC 명칭)의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대우건설은 연내 AMC 설립 인가를 받고 베트남 하노이의 행정복합도시인 ‘스타레이크시티’에 대형 오피스, 아파트 등이 섞인 복합단지를 개발하는 공모 리츠를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 시공이익에 더해 개발이익, 임대이익, 처분이익을 얻을 수 있어 수익다각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국내 임대사업이나 투자개발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업계는 매각을 앞둔 대우건설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수익원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7월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을 모두 인수받고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다. 동시에 대우건설 내 신사업추진본부를 신설하며 신사업 발굴·창출에 나섰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움직임은 경영진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정항기 전 현대그룹 상무를 영입했다. 2010년 KDB산업은행 인수 뒤 산업은행을 제외하고 외부 출신 인사를 최고재무책임자로 맞은 것은 정 부사장이 처음이다. 지난 19일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항기 CFO를 3년 임기의 부사장으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정 부사장은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와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 상무, 현대증권 경영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재무 전문가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에서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우건설은 2분기 연결기준 부채 7조4480억원, 자본 2조4710억원을 보유해 부채비율이 301%에 달한다. 이는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부채비율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각 규모가 1조원 이상인 대우건설은 그동안 수차례 인수자 찾기에 난항을 겪어온 만큼 기업의 체질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대우건설 매각이라는 중책을 맡은 KDB인베스트먼트가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우건설은 최악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재무불안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이는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신규 선임된 정 부사장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