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술과 성공창업은 비례하지 않아···고객에게 가치 제공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고부가가치 기술로 먹고 사는 나라다.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그동안 우리나라를 이만큼 성장하고 먹고 살 걱정을 덜어주게 만든 것들은 모두 기술집약적이고 고용을 많이 창출하며 부가가치가 큰 분야들이다.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는 기술강국의 가치 아래 많은 학생들로 하여금 기술력이 얼마만큼 중요한지, 세상을 바꾸는 기술은 무엇이 될지 등에 대해 고민하게 해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기술과 지식이 무엇인지 파악해 경쟁력을 갖추고, 좋은 기업에 입사하거나, 그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을 고민하곤 한다.

기술기반 창업에 있어 경쟁력 있는 기술, 혹은 첨단기술을 보유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기술 자체가 사업 아이템으로서 성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보유기술이 트렌드에 부합하면 많은 고객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기술’이라는 정의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를 수도 있다.

기술력이 아무리 좋아도 성공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이나 창업자들을 우리는 자주 접할 수 있다. 기술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들어왔지만 모든 기술기반 창업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고 그 분야에서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된 사람은 그 배경에 지금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알려주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에 내놓을 제품에 적용해서 팔아줄 주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주체는 보통 기업이다. 기업이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기 때문에 보유기술의 중요성이 인정받은 것이고, 기술 보유자의 성과가 인정받은 것이다. 이로써 기술 보유자는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게 된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없는 기술은 ‘경쟁력 있는 기술’이 되지 못하기도 한다는 말이 된다. 기술보유자가 창업을 앞두고 기업에서 수 년에서 수십 년간 갈고 닦은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으나, 기술에만 입각해 사업에 집중하다 보면 자칫 시장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제품에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될 수 있다.

사업은 기술력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우리 제품은 국내 최고라서 사람들이 써보면 무조건 계속 쓸 것이다’, ‘좋은 제품은 사람들이 알아서 찾게 될 것이다’ 등과 같은 순진한 생각은 생각보다 많은 기술기반 스타트업에서 관찰되는 생각이다. 그러다가 실패하면 ‘마케팅 자금이 부족해서’, ‘홍보력이 부족해서’ 등 제대로 제품을 알리지 못해서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정말 고객이 자신의 제품에서 가치를 느낄 수 있었는지, 고객에게 이미 더 나은 대안은 없었는지, 더 예쁘고 멋진 경쟁 제품은 없었는지.

기술은 기술일 뿐, 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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