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저성장 우려, 마이너스 물가···10월 인하 전망 지배적
미국 금리인하 흐름 ‘주춤’···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11월 인하 관측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 결정으로 한은의 통화정책 부담도 줄어들어 연내 추가 금리인하가 유력시되지만 그 시기에 대한 예상은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태도, 주택가격상승 등을 고려해 인하 결정에 신중을 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부 제기되고 있다.

◇금리역전폭 0.75%포인트 유지 가능 “통화정책 부담 줄어”···10월 인하론 무게

지난 17~18일(현지시간) 미 연준은 양일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인하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7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로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제 침체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로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려도 기존 금리역전폭(0.75%포인트)이 유지돼 해외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미 금리인하 결정에 대해 “시장 예상에 부합한 결과”라면서도 “물론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 운용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시장은 현재 ‘10월 금리인하’의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올해 국내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리스크의 영향으로 2%대 성장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OECD는 19일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1%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전망치(2.8%)와 비교해보면 약 10개월 사이에 0.7%포인트나 낮아졌다.

심지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1%대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BoA메릴린치와,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는 1.9% 성장을 예측했으며 모건스탠리는 보다 낮은 1.8% 성장을 전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로 지난해 동월(104.85)보다 0.04% 하락했다.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자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신인석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도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 기대인플레이션 하락도 고착화돼 통화정책이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며 “금리정책이 무력화되면 장기침체의 위험도 커진다”고 경고했다. 신 위원은 지난 금통위때 조동철 위원과 함께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美 연준 매파적 신호, 주택가격 상승세···일부 11월 인하 예측도

한은이 신중을 기해 11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 나오고 있다. 미 연준이 금리인하와 함께 매파적(긴축정책 선호) 신호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국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10명의 FOMC 위원 중 3명이 이번에 금리 인하에 반대했으며 향후 금리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17명)에서도 ‘동결’과 ‘1회 인상’이 각각 5명씩 나왔다. 이에 시장에서는 매파적, 보험성 금리 인하라는 평가와 함께 미 연준이 금리인하를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추가로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의 주택가격도 불안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지난달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04% 오르며 8개월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지난 7월 상승 전환 이후 0.14% 추가로 오르며 상승폭을 확대했다.

매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6만7349건으로 지난해 동월(6만3687건) 대비 5.7% 늘어났다. 전월(5만4893건)과 비교하면 무려 22.7%나 증가했다. 이 중 서울 거래량은 1만2256건으로 지난해 대비 4.3% 증가했으며 수도권도 2.9% 늘어난 3만4471건을 기록했다. 주택가격 상승 국면에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될 위험이 높다.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는 성장, 물가, 금융안정 이런 것들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한다”며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국내 경제 금융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등을 고려해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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