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유치 스타트업, '판교 7개·강남 53개'로 테헤란로 지역에 쏠려···투자 인프라·게임산업 투자 흐름 때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판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스타트업의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많은 스타트업이 판교 지역에 위치해 있음에도 큰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이 투자 인프라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지역으로 많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말을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575개,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161개였다.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 밀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서울에 461개(80.2%)가 위치해 가장 많았다. 경기 69개, 대전 15개, 인천, 부산 각 6개로 집계됐다.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서울 137개(85.1%), 경기 12개(7.5%), 대전 5개, 충청·경상 각 2개 순이었다.

지역별로 구분하면 강남 테헤란로 밸리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가장 많았다. 테헤란로 밸리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강남역 사거리에서 삼성동 삼성교 구간을 일컫는다. 테헤란로에는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172개(전국의 29.9%), 100억원 이상 53개(전국의 32.9%)가 터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게임·IT소프트웨어 기업이 많은 판교 지역에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판교밸리 스타트업은 7개로. 전국의 3.1%에 그쳤다.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도 40개로 전국의 7.0%였다. 판교에 위치한 스타트업 수에 비해 큰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적었다.

그밖에도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많은 구로‧가산디지털단지 지역에는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32개(전국 5.6%) 있었다. 소셜벤처가 많은 성수 인근 지역도 25개(전국 4.3%), 콘텐츠 스타트업이 많은 홍합밸리(홍대-합정 지역)도 20개(전국의 3.5%)로 클러스터로 성장해가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공유오피스, 대기업 육성 공간에 스타트업이 많이 입주해 있다는 점이다.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 575개 중 72개가 3대 공유오피스인 위워크(37개), 패스트파이브(23개), 스파크플러스(12개)에 입주해 있었다.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도 161개 중 26개가 공유오피스에 자리 잡았다.

스타트업 업계는 각 지역마다 특성을 살린 스타트업들이 몰려 각각의 클러스터를 잘 생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유오피스와 대기업 육성 공간들이 서울에 몰려 있는 탓에 강남구 테헤란로가 더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큰 투자를 받아 규모가 커진 스타트업들도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유오피스나 대기업 벤처 육성 공간이 강남구에 많이 있기 때문에 테헤란로에 대규모 투자 스타트업들이 늘어난 것 같다”며 “각 지역들의 특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클러스터 생성 자체가) 스타트업들의 상생과 성장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벤처캐피털(VC)와 액셀레이터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탓에 판교에는 대규모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비율이 적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규모 투자를 받는 게임 스타트업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판교는 게임 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한 스타트업 업계 전문가는 “업력이 커질수록 게임에 흘러가는 벤처 투자액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초기 게임 스타트업은 투자를 잘 받지만 시리즈 B 이상 중간 단계 투자를 받는 게임 스타트업은 많이 없다”며 “게임산업이 초기 스타트업과 대기업으로 양분되다 보니 중간 규모의 회사가 보통은 인수합병(M&A)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판교에 위치한 게임 스타트업들이 초기 투자는 잘 받더라도, 100억원 이상 투자받는 단계로까지 크지 못한다”며 “판교 지역에 대규모 스타트업이 많지 않은 이유”라고 덧붙였다.

판교에서 게임 앱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 김 아무개씨는 “판교가 스타트업 대표 지역으로 꼽히지만 서울과는 거리가 있다. 좋은 VC나 액셀러레이터는 모두 서울에 있다”며 “인프라를 위해 판교에서 서울로 이사가는 스타트업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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