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수 국장, 광주식약청장 영전···배금주 부이사관, 국장 승진 성공

그래픽=시사저널e
/ 그래픽=시사저널e

최근 보건복지부 인사에서 그동안 여러 요인으로 밀렸던 여성가족부 출신들이 모처럼만에 웃었다. 앞으로 여가부 출신들 활약이 기대된다.

21일 복지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2008년 5월 ‘보건복지부’가 ‘보건복지가족부’로 확대 개편되며 여가부 출신 공무원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텃세가 강한 복지부에서 여가부 출신 중 다수는 승진과 인사에서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성골 출신만 잘 나가는 복지부 인사 관행상 타 정부중앙부처 출신이 자리 잡을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관행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일했던 여가부 출신들은 이번 국장급 인사에서 빛을 볼 수 있었다. 복지부가 지난 16일자로 양종수 국장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인사교류를 통해 전출시킨 것이다. 식약처는 양 국장을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에 임명했다. 또 복지부는 배금주 부이사관(3급)을 고위공무원으로 승진시켜 개방형직위인 감사관에 발령 냈다.  

양 청장과 배 감사관은 모두 여가부 출신이다. 1961년생인 양 청장은 한성고등학교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행정고시 35회 출신 정통관료다. 여성가족부에서 근무하다 복지부로 전입한 후 사회통합전략과장과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운영지원단장, 사회서비스정책과장, 장애인정책과장, 질병관리본부 전략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7년 12월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후 최근까지 질병관리본부 국립인천공항검역소장으로 근무해왔다.  

배 감사관은 1964년생이다. 서울대 미학과(83학번)를 졸업했다. 행시 39회 출신이다. 결혼하고 출산한 여성이 행시에 합격한 것은 그가 최초였다. 여가부에서 복지부로 옮긴 후에는 국민연금정책과장과 식품정책과장, 의료기관정책과장, 건강증진과장, 급여기준과장, 지역복지과장, 기획조정담당관,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파견, 복지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복지부 소식통은 “애초 복지부 인사과가 양 청장에게 공무원 퇴직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총무이사직을 권유한 점은 아쉽다”면서 “광주청장은 기관장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영전으로 볼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는 잘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복지부의 여가부 출신은 숫적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행시 34회인 윤현덕 국장이 고참이다. 그는 현재 고용노동부에 파견 가 있다. 현재는 식약처 소속인 행시 35회 양 청장에 이어 39회 배 감사관, 42회 남점순 혁신행정담당관 등이 활동하고 있다. 

배 감사관과 이상희 노인정책과장, 남복현 통상협력담당관은 모두 1964년생이다. 이상희 과장의 경우 복지부로 전입한 후 노인지원과장과 요양보험운영과장, 사회서비스자원과장 등을 역임했다. 대전 대성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그는 오는 10월이나 11월로 예상되는 부이사관 승진 심사에서 유력한 승진 후보로 꼽힌다. 행시 41회 임호근 복지정책과장과 복지부 근무 경력이 긴 정영기 건강증진과장도 이번 부이사관 승진의 유력 후보다. 

지난달 하순 개방형직위인 양성평등정책담당관에 임용돼 복지부에 입성한 김은정 서기관도 여가부 출신이다. 서울대를 졸업한 김 담당관(1965년생)은 당초 행시를 통해 관가와 인연을 맺은 후 여가부에서 근무하다 사표를 내고 은수미 국회의원(현 성남시장) 보좌관으로 활동한 바 있다. 나이와 경력, 은 시장의 현 여권 내 입지 등을 감안하면 과장급이 아닌 국장급으로 영입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란 해외의료총괄과장(1962년생)과 변효순 아동권리과장(1964년생)은 다소 특이한 경우로 꼽힌다. 복지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여가부로 갔다가 다시 복지부로 전입한 케이스다. 여가부에서 각각 근무한 기간은 수년간이다. 이재란 과장도 복지부의 비고시 출신 중 고참 관료가 됐다. 

이제는 복지부에서 몇 명 남지 않은 지방행정고시 합격자인 방석배 자립지원과장도 여가부 출신이다. 지방행시 8회인 최봉근 재정운용담당관은 여가부에서 공직 생활 경험이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여성가족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행시 46회 윤병철 약무정책과장도 최근 활동이 눈에 띈다. 1972년생인 윤 과장은 대구 성광고와 서울시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특허청과 여가부를 거쳐 복지부에서 자리 잡은 관료다. 술을 전혀 못하는 윤 과장이 복지부 홍보기획담당관을 역임한 것은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지난 2016년 9월 초순 약무정책과장으로 발탁돼 만 3년 근무를 넘긴 윤 과장은 이르면 이달 내로 제약사와 의료기기업체들을 대상으로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 내역에 관한 지출보고서’ 제출을 요청할 계획이어서 주목 받고 있다. 만약 지출보고서 허위 또는 미작성이나 미보관이 적발되면 200만원 이하 벌금 부과는 물론 최악의 경우 복지부가 해당 업체를 사정당국에 수사 의뢰할 수 있기 때문에 윤 과장 정책방향이 업체들에게 미치는 여파는 크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비고시 출신이 차지하던 감사관 자리에 최근 행시 출신이 임명되는 것은 그만큼 고시 출신들 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단, 고시 출신들 경쟁이 요즘 유행어대로 정의롭고 공정하게 진행된다면 여가부 출신 푸대접론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