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문가들 전망···북·미 회담 통해 종전선언 및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가능성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함께 북으로 갔다 다시 남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함께 북으로 갔다 다시 남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3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일부 대북제재 완화와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이 체제보장과 제재완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새 방법이 좋을지 모른다고 언급해 향후 북·미 협상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9월말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비핵화 로드맵과 상응 조치 등 비핵화 해법을 논의한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논의가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북미 간에 태도 변화가 보이고 있다. 북한은 ‘새 계산법’을 요구하며 체제 보장과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구체적 답변은 내놓지 않았지만 북한이 반발해 온 비핵화 ‘리비아 모델’을 주장해 온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했다. 리비아 모델은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을 거듭 비판하면서 비핵화를 매우 심하게 지연시켰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튼 전 보좌관이 과거에 얼마나 서툴게 해 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어쩌면 새로운 방식이 매우 좋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으로 볼 때 어쩌면 새로운 방식은 매우 강력한 공격일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강력한 공격’의 대상에 대해 “아무에게도 아니다. 그게 강력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런 게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고 밝혔다.

이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진전 방안으로 남북 경협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20일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실장은 “미국이 독자적 제재나 유엔 제재를 풀어주기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풀어주는 것이 훨씬 더 쉽다”며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을 도와주겠다면서 설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체제안전 보장 외에도 제재 완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문인철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 부연구위원(남북관계 담당)은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부분적 제재 완화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에 대해 얘기를 할 것으로 본다”며 “개성공단 재개는 여러 제재가 연관돼 있기에 쉽지 않다. 개성공단을 열면 사실상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차원이다. 다만 실무협상에서 진도가 많이 나가면 개성공단 재개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은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동맹 관계와 같은 북미 관계를 원한다는 분석도 있다. 북미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얘기도 나올 것”이라며 “다만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만으로 관계 정상화는 어렵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은 북핵 문제와 상관없이 대북제재를 해왔다. 쉽지는 않지만 관계정상화 논의를 하면서 비핵화와 연결해 대북제재 얘기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전제는 무조건 비핵화다”며 “북·미는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강선 핵시설 등에 대한 핵 동결, 리비아 모델이 아닌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식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문 위원은 “북미 실무협상 전망은 긍정적으로 본다. 북한도 더 시간을 끌 수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추진하는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시한이 내년인데 지금부터라도 무엇인가 돼야 내년에 성과가 나온다.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정책 실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그동안 정부가 미국에 개성공단 재개를 요청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므로 다시 개성공단 재개를 요구해야 할 것”이라며 “개성공단은 기존에도 대북제재의 예외적 조치로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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