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규 카이스트 스마트에너지 인공지능 연구센터 교수 “세계 100대 AI스타트업도 필요한 기술에만 집중···사이버보안·상거래·직원채용 등에서 필요한 부분 채워줄 수 있어”

이현규 카이스트 스마트에너지 인공지능 연구센터 교수가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인공지능포럼(AIF) 2019’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최기원PD
이현규 카이스트 스마트에너지 인공지능 연구센터 교수가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인공지능포럼(AIF) 2019’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최기원PD

“많은 사업가들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을 고민하다가 포기한다. 알파고같은 완벽한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과, AI가 만병통치약이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AI는 모든 것을 다 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사업에서 필요한 AI기능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현규 카이스트 스마트에너지 인공지능 연구센터 교수는 19일 시사저널e 주최로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인공지능포럼(AIF) 2019’에서 “모든 AI가 알파고처럼 완벽한 기술이 아니어도 된다. AI가 성공적인 사업을 일부 도와줌으로써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세계 100대 AI스타트업을 예시로 들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는 지난 3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AI스타트업 100개를 선정한다.

이 교수는 “캐나다의 챗봇 스타트업 말루바(Maluuba)는 ‘불고기가 먹고 싶다’고 음성으로 검색하면 인근 불고기 식당을 찾아주고 예약절차까지 지원하는 음성검색 앱을 만들었다”며 “과거 국내 포털사이트에도 검색하면 결과를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엔 검색 페이지만 늘린다고 욕을 먹었다. AI와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바뀌었다. 사용자가 검색 입력을 틀리는 경우가 많아지니, 음성검색이 또 다른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 표정인식 스타트업 어펙티바(Affectiva)는 오래된 얼굴인식 기술을 갖고 미디어 광고에 활용했다. 옥외광고에 카메라를 설치해 시민들의 표정을 분석하고 광고효과를 분석했다”며 “또 영국 사이버 보안 다크트레이스(DarkTrace)는 레드오션인 보안 시장을 AI기술만 추가해 바이러스 면역 서비스를 만들어 판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사소한 분야에서 AI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인사 채용 분야에서 AI기술을 활용한 스타트업을 거론했다. 게임을 활용해 인지‧적성 검사 서비스를 개발한 AI 스타트업 파이메트릭스(Pymetrics)다.

이 교수는 “대기업 경쟁률은 100대 1이 훌쩍 넘는다. 지원자가 1만명이 넘는다고 치면 면접까지 9500명을 떨어트려야 한다. 삼성그룹이나 현대차는 자체 적성검사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자체 시험이 없는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며 “인사담당자가 지원자 1만명의 데이터를 다 읽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사람은 하지 못하지만, 간단한 작업을 제공한다. 파이메트릭스는 게임을 통해 지원자의 적성을 검사한다. 성공한 직원에게 똑같은 게임을 시켜 데이터를 뽑아낸 후, 그 데이터를 기준으로 비슷한 지원자를 뽑을 수 있다”며 “면접까지 올라갈 지원자를 뽑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이후엔 인간들이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런 사례를 통해 AI는 사람이 하기 싫었던, 할 수 없었던 것을 가볍게 처리해주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알파고처럼 이세돌을 이기는 것만이 AI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 교수는 AI스피커에 대해서도 음성인식‧합성 기술 발전 속도가 이제야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음성인식 기술과 AI 스피커가 등장한 지 꽤 됐지만 아직까지도 사투리, 자연발화 등 서비스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AI 스피커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은 실망을 더 크게 만든다. AI 스피커에 모든 기능이 있다고 광고하지 말고 사용자가 추가 기능을 우연히 발견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아마존 AI스피커 알렉사는 ‘음성 물건 구매’로 목표를 맞추고 알렉사 펀드 등을 조성해 서비스 사용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좋은 예시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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