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김준 ‘無소득 담판’에 총수 등판설···“CEO 입지 줄어들 수 있어”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분쟁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미 양국에서 맞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최근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 간 면담이 있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입장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 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양 그룹 회장들 간 담판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일축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셀·팩·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금지를 요청했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현지법인(SK Battery America) 본사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5월에는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위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도 고소했다.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 SK서린빌딩에 경찰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LG 측의 소송에 SK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고, 이달 초에는 ITC와 연방법원에 특허침해 혐의로 LG화학과 LG화학의 배터리를 납품받은 LG전자 등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분야에서 각각 국내시장에서 1·3위, 세계시장에서 4·9위에 랭크돼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전기차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어서 관련 시장이 대폭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중·일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수주경쟁에 나서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LG와 SK는 핑퐁게임 식 소송전까지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6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서울 모처에서 극비리에 회동을 가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만남을 가졌다. 양사 모두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만남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소득 없는 만남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결국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간 회동이 재차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는 회장들의 만남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모 업체 관계자는 “CEO들 간 재차 만남이 추진돼 합의가 이뤄지면 몰라도 두 그룹 회장들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특히 LG화학·SK이노베이션 CEO들이 각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일정수준 이상의 전권을 부여받은 경영인들이라는 점에서 오너의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욱 낮다”고 평가했다.

관련업계는 물론 재계 안팎에서도 비슷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해 11월 대표이사에 발탁된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 사상 최초의 외부수혈 인재다. 글로벌 화학업체 3M에서 비즈니스 총괄 수석부회장, 지원조직 총괄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 대표 출신인 김준 총괄사장의 경우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을 겸하고 있을 만큼 그룹 내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정평 난 인물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례나 해외의 숱한 사례들을 보더라도 신경전을 펼치는 기업들은 반복되는 소송전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두 회사의 소송 역시 경쟁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총수라고 하더라도 계열사들에 지나친 경영개입을 시행하면 CEO들의 사기와 입지를 줄게 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회장들이 개입하진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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