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국제금융 라인 최희남 KIC 사장 부각…유광열, 전병조 등 대항마
금융위원장 등용문 급부상···국제금융전문성, 리더십 등 요구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사진=한국투자공사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사진=한국투자공사

차기 수출입은행장 후보군이 점차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종구에 이어 은성수까지 연이어 금융위원장을 배출해내자 수은 행장 자리는 이른바 ‘위원장 등용문’으로까지 불리며 조명받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연일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만큼 차기 수은 행장은 국제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또한 최근 산은·수은 합병론 등으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리더십도 자격요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재 최희남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 등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은성수 직속 후임 최희남 KIC 사장···전문성 강점, 내부반발 가능성 ‘변수’

19일 업계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 취임으로 공석이 된 수은 행장에 대한 임명이 곧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은 행장 임명은 기획재정부 장관 제청을 거쳐 이뤄지지만 사실상 청와대가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 비해 위상이 매우 높아진만큼 검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는 최희남 KIC 사장이다. 최 사장은 최 전 위원장과 은 위원장과 같은 정통 국제금융라인 인사다. 제 29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진출했으며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 기재부 국제금융협력국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3년에는 은 위원장의 후임으로 국제금융정책국장을 맡았으며 세계은행 상임이사, 국제통화기금 IMF 상임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또 한번 은 위원장의 후임으로 KIC 사장에 올랐다. 때문에 이번에도 은 위원장이 KIC 사장에서 수은 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것처럼 동일한 행적을 밟을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최 사장의 가장 큰 강점은 국제금융에 대한 전문성이다. 최 사장은 기재부 내에서도 손꼽히는 국제통으로 알려져 있으며 KIC 사장 임명 당시에 이미 기재부로부터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오랜 정책경험과 전문성’을 임명 제청 이유로 인정받은 바 있다. G20정상회의 유치·진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국 참여 등 굵직한 성과도 달성했다.

내부 반발 가능성은 변수로 남아있다. 수은 노조 측은 행장 교체때마다 관료 출신 낙하산, 이른바 모피아에 대한 반발심을 강하게 표출해온 바 있다. 은 위원장 임명 당시에도 수은 노조는 은 위원장을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4일동안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은 위원장과 유사한 이력의 최 사장에 대한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노조 측에서 선제적으로 후보들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사진 왼쪽)과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사진=금융감독원, KB증권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사진 왼쪽)과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사진=금융감독원, KB증권

◇대항마 유광열, 전병조 등···참여정부 행정관 이력 ‘눈길’

최 사장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이는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전병조 전 KB증권 사장이다. 유 부원장은 최 사장과 같은 행시 29회 출신이며 은 위원장의 군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후배기도 하다.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관, 국제금융협력국장을 지낸만큼 최 사장 못지않게 국제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석부원장 임명 당시 금융위로부터 “국제금융 분야에 탁월한 전문성과 국제적 감각을 바탕으로 성과를 발휘했다”고 평가받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 유 부원장의 딸이 수은 공채에 합격한 사실이 약점 아닌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전병조 전 사장은 비교적 최근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전 전 사장 역시 앞선 두 인사와 마찬가지로 행시 29회 출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이력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 사회시민수석으로 있을 때와 그 시기가 겹친다.

가장 큰 강점은 민간 기업의 CEO로서 다져왔던 리더십이다. 전 전 사장은 NH투자증권 IB부문 전무, KDB대우증권 IB부문 부문장, KB투자증권 부사장 등 다양한 민간 경험을 거쳐 KB투자증권 사장까지 올랐으며 윤경은 KB증권 사장과 각자 대표 체제 하에서 현대증권과 KB증권의 안정적인 통합을 이끌기도 했다. 이러한 리더십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촉발시킨 ‘산은·수은 통합론’으로 어지러운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 사장이나 유 부원장에 비해 부족한 국제금융 전문성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한 민간 출신이기는 하지만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이력 때문에 낙하산 논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기도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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