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

최근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는 게임업계 최초로 장외집회를 열었다. 게임 개발이 잇달아 중단되면서 구조조정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집회를 통해 사측에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해당 집회에는 노조 추산 600여 명이 참여했다. 

집회에는 “우리는 쓰고 버리는 아이템이 아니라, 사람입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비롯해 “넥슨의 고용 안정은 랜덤박스?” “잘되면 내 덕, 안 되면 직원 탓”과 같은 문구가 등장했다.

넥슨 노조는 이날 사측이 고용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무산된 ‘제노 프로젝트’ 팀원 80여 명 중 30~40%가 아직 전환 배치되지 않은 채 대기 상태에 있으며, 최근 개발이 중단된 ‘페리아연대기’ 팀원 60여 명 역시 전환 배치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는 이직이 굉장히 잦은 곳 중 하나다. 보통 개발자들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이력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4년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프로젝트가 갑자기 중단될 경우다. 프로젝트를 제대로 마무리 했다면 해당 경력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직이 가능하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경우 개발자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사는 개발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계속되는 프로젝트 드롭으로 인해 게임업계를 떠나는 개발자들도 많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억울할 수 밖에 없다. 회사가 시키는대로 열심히 일을 했을 뿐인데, 돌아오는 것은 회사를 나가라는 압박인 셈이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 지회장은 넥슨 집회에서 연대발언을 통해 이런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키를 잡고 방향을 정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고 그 권한은 소수의 경영진에게만 주어진다”며 “그런데 경영진들은 배가 산으로 가면 너희들이 노를 잘못 저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게임업계 노조는 ‘포괄임금제’, ‘크런치모드’ 등 업계 관행을 개선하고자 설립됐다. 국내 게임업계의 근로시간은 가히 살인적이다. 게임업계에서 야근은 일상이다. 대형 게임업체 사옥에는 대부분 수면실과 샤워실이 마련돼 있다. 일부 업체들은 직원들에게 컵라면과 커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보자면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야근이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조 설립 이후, 근무 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프로젝트 드롭 등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프로젝트 드롭에 대한 책임을 개발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속에서, 회사에 헌신하는 직원을 기대하긴 어렵다. 고용안정속에서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게임사들이 고용안정과 관련해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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