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온라인'으로 넘어가···전통시장, 대형마트 모두 오프라인이라는 사실 염두해야

국내 대형마트들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한 달에 두 번은 꼭 쉬어야 한다. 전통시장은 죽어가고 있는데 대형마트는 손님이 끊이질 않으니 문을 닫게 해서라도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2012년 정부가 도입한 의무휴업 제도 때문이다.

중소기업벤처부가 발표한 지난 5월 전통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통시장 매출은 22조6000억원으로 2013년(20조1000억원)보다 12.4%가량 늘었고, 고객 수 역시 20억명으로 해당기간 동안 11.1% 증가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전통시장이 의무휴업제도 시행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장은 달리 해석한다. 대형마트에서 발길을 돌린 고객들이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쇼핑몰이나 편의점으로 갔다고 분석한다. 실제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2013년 40조원 안팎에 불과했던 국내 온라인쇼핑의 연간 거래액은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주요 편의점 브랜드의 매출은 12조8000억원에서 22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4년 간 증가한 수치만 보면, 전통시장은 2조5000억원, 편의점은 9조5000억원, 온라인쇼핑몰은 약 60조원이다. 전통시장이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의무휴업 제도가 확실히 통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통시장의 매출 증가를 두고 의무휴업 제도의 덕보다 ‘시장 현대화’ 정책 등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통시장 지원에 투입한 예산은 2조2891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부도 실태조사 당시 “특성화시장 육성과 같은 정책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 사이 대형마트가 오히려 살길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물론 한 달에 두 번 쉬는 의무휴업제도 때문은 아니다. 대형마트 역시 편의점과 온라인쇼핑몰에 고객을 빼앗겼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보유한 매장 수는 2012년(463개) 이후 서서히 하락해 지난해 420개까지 내려앉았다. 폐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대형마트가 쉰다고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다’, ‘7년 간 전통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등의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확실한 건, 전통시장은 2005년 27조3000억원의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했고 대형마트는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효과 분석 없이 현재 국회에는 의무휴업을 월 2회에서 4회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다 ‘대형마트도 시장도 안가겠다’는 소비자들만 늘어날까 염려된다. 유통시장의 대세가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갔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오프라인 매장’에 속한다는 사실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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