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연천 농가 모두 잔반 아닌 사료 먹이고 농장 근로자 해외 방문 기록도 없어
17일 돼지고기 가격 전일 대비 32% 급등···돼지 사육마리·재고물량은 안정적

18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8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치사율이 최대 100%에 이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도 파주와 연천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양돈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선 유입 경로와 발생 원인을 밝혀내는 게 시급하지만 정부는 아직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돼지 4700여마리를 키우는 이 농가는 전날 오후 2시 40분 쯤 어미돼지 한 마리가 의심 증상을 보이며 폐사하자 농장주가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에 신고했다. 농식품부는 신고접수 직후 해당농가에 초동방역팀을 투입해 사람, 가축 및 차량의 이동통제 소독 등 긴급방역조치를 취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후에는 발병 농장과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농가 2곳에서 사육 중인 돼지 4700마리에 대한 살처분에 나섰다.

정부는 방역대책 마련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으나 아직 유입경로나 발생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파주와 연천은 50km 가량 떨어져 있는데 방역당국 조사결과 이 두 농가는 역학관계가 없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어제와 오늘 확진되다 보니 당장 결과를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발생원인을 규명하는데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가 바이러스가 있는 잔반을 먹거나 농장관계자가 발병국가를 방문할 경우, 바이러스에 걸린 멧돼지와 접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발병 농가는 여기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주시 관계자는 “해당 농가는 잔반이 아닌 사료를 먹이는 농가이고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근래 해외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축사는 창문이 없는 무창돈사로 멧돼지나 야생동물 접촉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연천시 발병농가에서는 돼지에 사료를 먹이고 있었고 농장근로자들 모두 최근 해외 방문 기록이 없었다”며 축사 역시 파주 농가처럼 창문이 없는 무창돈사였다고 밝혔다.

이에 북한으로부터 바이러스가 넘어와 전파됐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5월 30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병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방역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북한 전역으로 확산됐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두 농가는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 있다. 군사분계선에서 파주 농가는 약 7km, 연천 농가는 약 5km 떨어져 있다.

정부도 경기 북부 등 북한 인접지역에 방역 대책을 집중하고 있다. 발생지역인 파주와 연천을 포함해 포천, 동두천, 김포 철원 등 6개 시군을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지역 밖으로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을 집중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점관리지역 내 당초 1주간이었던 양돈농가에 대한 돼지반출금지 조치 기간을 3주간으로 연장하고, 지정된 도축장에서만 도축․출하토록 했으며 출하 돼지는 타 지역 반출을 금지하도록 했다”며 “3주간 경기·강원지역 축사에는 임심진단사, 수의사, 컨설턴트, 사료업체 관계자 등의 질병치료 목적이외 출입은 제한한다”고 했다.

한편,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서 일부에선 돼지고기 물가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17일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전일 대비 32% 급등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돼지 사육마리와 재고물량이 안정적이라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봤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돼지 사육마릿수는 1만2248마리로 평년 1만831마리 대비 13% 많고, 재고물량은 18만5200톤으로 평년 9만톤의 두 배가 넘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날 돼지고기 가격 급등은 이동중지명령에 따른 단기간 물량 부족을 우려한 중도매인이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나타난 일시적 가격 상승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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