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JW중외·대웅, 지분투자 형식···유나이티드·신풍·삼일, 현지법인 설립 운영
종근당·동아ST, 인도네시아에 공동 투자·생산공장 설립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상위권 및 중견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을 벗어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현지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출하고 있다. 단순하게 완제의약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현지법인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아예 별도 법인 또는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한정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제약사의 의약품 생산 실적은 21조원 규모다. 이는 글로벌 제약사 1곳의 연매출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특히 한국은 제약산업을 포함한 보건의료업종에 대해 규제 위주 정책을 시행하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으로는 크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신약 개발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완제품과 원료의약품 수출 △의약품 위탁생산 등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 외에 최근에는 현지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등 적극 행보를 보이는 제약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사들의 직접 투자 방식은 해외 시장 진출의 불안 요소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제약사가 국내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해외로 수출할 경우, 의약품등급제나 가격경쟁력 등 현지 시장 공략에 일정 부분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지 제약사 인수나 현지법인 설립, 생산공장 구축 등을 통해 이러한 영향을 받지 않고 해외에서 의약품 생산과 마케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업계 구상이다. 직접 투자 때 예를 들어 생산 인프라 구축비용과 투자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현지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입찰제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외 진출은 현지법인 설립, 프로모션 진행 등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 국한됐지만, 적극적 직접 투자를 통해 마케팅은 물론 생산 인프라까지 확보할 경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제약사들의 직접 투자는 신흥 시장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특히 ‘박항서 특수’로 주목받았던 베트남이 뚜렷한 시장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이목을 끈다. 베트남 의약품시장은 2018년 기준 약 59억 달러(7조 1638억원) 규모다. 연평균 성장률이 11%에 달한다. 오는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70억 달러(8조 4994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JW중외제약은 최근 베트남 제약사 ‘유비팜’의 지분 100% 인수에 나서 눈길을 끈 바 있다. 유비팜은 WHO-GMP 인증 의약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이를 통해 준비 절차를 최소화한 후 현지 시장에 신속히 진입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베트남 2위 제약사인 트라파코의 지분 일부를 확보해 현지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신풍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이미 베트남 현지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의 경우 지난 2001년 베트남 현지에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204년 공장을 준공해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을 보면 연질 캡슐 1억5471만개, 경질 캡슐 3444만개, 정제 1억2718만개 등이다. 삼일제약도 오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점안제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국내 상위권 제약사들이 직접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는 국가다.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2억7000만명에 달하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 제약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8조원에서 오는 2023년 13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종근당은 지난 2015년 9월 인도네시아 제약사인 오토사와 합작법인 CKD-OTTO를 설립했다. 이어 2016년 7월 치카랑 산업단지에 항암제 생산공장을 착공하고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GMP를 승인받았다. 올 2월에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고의결기구인 울레마협의회로부터 할랄 인증을 잇달아 받았다. 종근당은 시험생산을 완료하고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항암제 젬시타빈과 파클리탁셀 품목허가를 받은 바 있다. 주요 항암제 품목허가를 추가로 받아 올 연말부터 본격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동아ST도 지난 2014년 제휴한 인도네시아 파트너사 컴비파사와 공동으로 총 1500만 달러를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지난해 2월 완공했다. 이 공장은 약제가 주사기 안에 들어 있는 '프리필드 주사제'를 연간 470만개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오는 2021년부터 상업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위해 직접 투자를 검토하는 제약사들이 현재도 적지 않다”며 “상위권 제약사는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탈한국 움직임이 향후 더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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