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엔 ‘문제 있는’ 공매도, 주가 오르면 ‘문제없는’ 공매도
순·역기능 고려 없이 투자자 달래기용으로만 공매도 활용

“공매도는 부정적인 정보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하여 주가버블 형성을 방지하고 변동성을 줄이는 등 순기능이 있다. 시장불안 시 공매도가 집중될 경우 주가하락 가속화 및 변동성 확대 등 안정적인 시장의 운영에 잠재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밝힌 공매도의 의의다.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전 세계 대부분의 증권시장에서는 공매도를 수용하고 있다”며 공매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공매도의 정부와 금융당국이 활용하는 방법은 조금 다르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 수장들이 수많은 투자자에게 보여준 공매도 활용법은 다음과 같다. ‘문제 있는’ 공매도가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니까 ‘문제없는’ 공매도가 됐다.  

주가 급락 시엔 투자자 불안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공매도 뒤에 '규제', '금지'라는 단어를 써 여론을 안정시키고, 주가가 회복하자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증시 불안 시기에 공매도가 주는 폐해를 주장했다. 한시적 공매도 규제를 저울질했다. 증시에서 공매도 유지가 문제가 있다며 제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인 투자자들도 이에 다수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8월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시 폭락장에 가용 수단의 한 예로 공매도 규제 강화를 들었다. 이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설명이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같은 날 기자들을 만나 “공매도 제한에 대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이미 폭락한 후였다. 전날 코스피는 2016년 2월29일(1916.66) 이후 최저치인 1917.50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1900선이 깨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이 영향을 줬다. 

공매도는 이전부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증시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형성한다며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를 과도하게 활용해 증시가 제대로 된 투자처가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정부와 당국자들이 증시 폭락에 공매도 규제 발언을 하자 작게나마 불안감을 달랠 수 있었다. 공매도 폐해에 대한 당국의 공감이 있다고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 기대는 주가가 반등하자 모두 사라졌다.

물론 공매도는 한국거래소의 정의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 무작정 규제하거나 폐지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럴 경우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공매도를 단순히 ‘투자자 달래기용’으로 쓰는 행태에 대해선 비판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요소라고 신중하게 판단했다면 주가가 오를 때도 규제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래야 주가가 이유있는 상승을 할 때 공매도가 이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애초부터 공매도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주가가 폭락할 때도 공매도 규제 의견을 지금처럼 내놓아선 안 된다. 그런 말들은 오히려 시장을 더 교란하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외국인과 기관만 공매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금융당국도 공매도를 활용하는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만 공매도 공염불을 되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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