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서 일정 조정 합의 불발
조국 장관 교섭단체 대표연설·대정부 질문 등 출석 문제 두고 대립각
향후 여야 합의 가능성도 요원···국회 핵심기능 마비·졸속진행 등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오신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오신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가 파행을 되풀이할 조짐이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강행’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다.

이인영(더불어민주당)‧나경원(자유한국당)‧오신환(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오전과 오후 2차례 회동을 갖고 정기국회 일정 조정 관련 논의를 가졌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17∼19일), 대정부질문(23∼26일), 국정감사(30일∼내달 19일) 등의 일정에 합의한 바 있지만, 이날 합의가 불발되면서 향후 정기국회 일정은 차질을 빚게 됐다.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참석과 관련해 서로 이견이 있어 이번 주 정기국회 일정은 일단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번 주 중으로 재차 회동을 갖고 정기국회 일정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여야가 이른바 ‘8‧9개각’ 이후부터 조 장관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워왔던 만큼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야당은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검찰 수사도 진행 중인 만큼 조 장관을 ‘지명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 야당은 조 장관 지명철회 관련 장외투쟁을 진행하고 있고, 동시에 조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국정조사, 특검 등도 검토 중이다.

정기국회 초반 진행되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 대정부 질문 등에 ‘인정할 수 없는’ 조 장관이 참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보수 야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한 조정 없이 정기국회 일정이 진행될 경우 조 장관을 국무위원으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임명 전까지 한 달 동안 충분한 검증 작업이 진행됐고,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된 만큼 야당의 반발을 ‘정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 후 “내일(17일)부터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었지만 (한국당의) 납득할 수 없는 이유에 유감”이라며 “정기국회 기본일정이 지켜지면서 정쟁이 아닌 민생으 돌볼 수 있는 마지막 국회 임무를 다할 수 있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야당의 협력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여야가 대립하면서,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특히 국회의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졸속’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사법부 등의 국정 전반에 관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 대(對)정부 감시‧비판 기능이 보장된 절차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상당수의 부정부패, 사회 부조리 등을 밝혀내왔다. 그만큼 국정감사가 졸속으로 진행될 경우 이로 인한 불이익은 고스라이 국민 몫이다.

또한 이번 정기국회에서 심사될 예산안의 규모는 513조원으로 ‘수퍼예산’으로 불린다. 일본의 경제보복,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적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세밀한 심사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 국회에 산적한 민생경제법안 처리도 무기한 연기될 공산이 크다. 16일 기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5617건이고, 국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민생경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은 각각 1168건, 1289건, 715건, 871건 등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기국회 일정 합의가 지연되고, 향후 파행이 반복된다면 국회를 향한 비판 여론은 여야 일제히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조 장관 관련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검찰에 맡기고, 국회는 ‘국회의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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