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발초 3조원으로 결손금 없애는 대신 물류센터 등 공격적 투자 계속
회계사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정상적 기업 아냐"···광고비 등 폭등
5200억원 증자로 1조원 이상 가용재원 확보 추정···올해도 영업손실 나면 추가 증자 압박 지속될 것

/사진=쿠팡
/ 그래픽=이다인


지난해 1조원대 손실을 기록한 쿠팡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앞으로 쿠팡은 유상증자 등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최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최대 적수로 부상한 쿠팡의 재무구조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쿠팡의 재무건전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도마에 올랐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은 2조9951억원이다. 지난해 말 비전펀드를 통해 유치한 추가투자금 등으로 주식발생초과금이 1조6605억원에서 3조141억원으로 증가해 쿠팡의 누적 결손금은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0’으로 만들 수 있다.

쿠팡은 결손보전으로 누적적자를 없애는 대신 물류센터 확장 등 이머커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데 썼다. 현재 전국에 있는 쿠팡의 물류센터는 연면적으로 축구장 193개를 합친 수준으로, 경쟁사인 마켓컬리와 SSG닷컴을 압도한다. 3조원에 달하는 결손금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쿠팡 측이 ‘계획된 적자’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쉽게 말해 지금의 적자를 당장이라도 없앨 수 있지만 시급한 과제부터 처리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쿠팡의 재무구조를 보는 업계의 시선은 다르다. 자칫 쿠팡이 이대로 무너졌을 경우, 그 파급효과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다. 상장회사 외부감사를 주로 하는 한 회계사는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정상적인 영업을 한다고 볼 수 없는 기업”이라며 “이런 재무상태라면 대출실행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느덧 이마트 등 유통공룡들을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한 쿠팡이 이런 재무구조를 갖게 된 것은 팔아도 남지 않는 수익구조 탓이다. 쿠팡의 매출이 2017년 2조6846억원에서 지난해 4조4228억원으로 1.65배 증가하는 동안 매출원가는 1.69배 늘었고, 광고선전비는 538억원에서 1548억원으로 2.88배 증가했다.

쿠팡은 G마켓과 달리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대량으로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역시 대량 매입구조를 취하고 있는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와 가격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쿠폰 등으로 소비자들을 끌어 모아야 한다. 그만큼 수익구조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3400억원)의 추가투자를 받은 쿠팡의 현금 잔액은 약 6425억원(2018년 기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이다. 지난 7월 쿠팡이 증자로 52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하며 가용 재원은 1조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올해 영업실적이 지난해나 그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다면 자본잠식은 물론, 추가 유상증자에 대한 압박에 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재무구조는 추가 투자가 없으면 계속적인 영업이 힘든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고 평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