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기업 반대 커 정기국회 처리 여부 미지수···시민단체 “시행령만 바꾸면 돼. 문재인 정부 재벌개혁 의지 보여야”

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이용되는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될 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10개월째 계류 중이다. 야당과 대기업 집단의 반대로 이번 정기국회가 열린다 해도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표발의를 통해 비슷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개정안 모두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방안을 담았다. 부당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 사익편취 규제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동시에 이들 회사가 발행주식 총수의 50퍼센트 넘게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대상에 포함시켜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총수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비상장회사는 20% 이상일 경우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방안의 취지는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이를 통한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 기반을 지키기 위함이다.

금융정보 서비스기관 인포맥스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될 경우 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대상 28개 대기업 집단의 소속 계열사 136곳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새롭게 분류됐다.

이 경우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되는 계열사는 모두 311곳으로 늘어난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계열사는 효성이 48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 GS그룹 28곳, 하림 21곳, 신세계 18곳, LS 17곳, 부영 14곳 등 순이다.

공정위는 이들 회사 가운데 내부거래 액수가 200억원이 넘고 내부거래 비중이 14% 이상인 경우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거래 여부를 조사한다.

특히 이 개정안이 통과하면 총수일가 지분율을 규제 기준보다 살짝 낮춰 규정을 회피하는 즉 사익편취 사각지대에 있는 대기업 집단들은 지분율을 낮추거나 일감몰아주기를 제한해야 한다.

공정위의 ‘2019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에 따르면 효성은 31개의 사각지대 회사를 보유했다. 넷마블 18개, 신세계·하림·호반건설이 각 17개 순이었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29~30% 사이로 규제 기준을 살짝 회피한 사각지대 회사는 현대글로비스, SK㈜, ㈜영풍,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 등 6곳이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 사이로 규제를 회피한 상장사는 21개 집단 소속 29개사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방안은 재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막는다는 의미도 있다.

16일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재벌대기업들은 총수일가 2, 3세가 대부분의 지분을 소유하는 신설회사를 만든 다음 일감 몰아주기로 규모를 키운다. 이후 합병이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하고 있다”며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만을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간접 지배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한 사익편취는 사각지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간사는 “국회서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방안은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가 직접 소유하는 회사에서 간접 지배하고 있는 회사까지 확대한다”며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방안은 제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10개월 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정기국회가 열려도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방안은 재벌 대기업의 이익 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와도 관계가 있어 대기업 집단의 반대가 크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반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지만 자신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방안이 국회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선택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정부안과 의원안 등의 세부 방안 가운데 상임위 논의를 통해 취사선택을 해야 한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 추진이 쉽진 않은 상황이다. 다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방안이 공정거래법 개정안 세부 내용 가운데 우선순위에 들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지우 간사는 “문재인 정부들어 공정경제를 위한 재벌개혁은 미흡하다”며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아 중소기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편법 승계를 막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방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 간사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는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만 고치면 된다.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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