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구체적 내용 밝히기 어려워”···양사간 입장 차 확인한 것으로 전해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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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극비리에 회동을 가졌다. 지난 4월 LG화학이 SK를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SK 배터리 미국 본점소재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한 이후 처음이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회동은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SK이노베이션이 국내·외 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하자, 정부 차원의 중재 시도가 있었다. 김준 총괄사장이 오는 19일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로 예정돼 있어 조속히 만남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금일 회동에 산업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두 업체는 그간 언론발표 등을 통해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자연히 대화 내용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양사는 만남에 대해선 인정했지만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선 함구하는 모습이다. LG화학은 입장문을 통해 “산업부의 노력을 바탕으로 만남이 성사돼 진정성있는 대화가 오갔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날 두 CEO들은 서로간의 입장을 전달했다. 입장차를 확인한 수준에 그쳤지만,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배터리사업을 총괄하는 대표들이 직접 입장을 서로에게 전달해 온 만큼, 화해의 분위기도 무르익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해석도 나오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짧은 만남으로 앙금을 풀기엔 양사 모두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며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으나 만남 자체가 갖는 의의가 크다”고 평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산업부 중재와 관련해선 “국내 업체들 간의 소송전이 안 좋게 비춰질 순 있으나, 모두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과정 아니겠느냐”면서 정부가 개입을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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