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노조 투쟁 선포에 새 노조까지 결성···사측, 관계 개선 시도
노조, 본사 앞 천막투쟁 돌입···고용 보장 합의서, 합당 보상 요구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롯데몰 앞에서 열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롯데카드 지부 투쟁선포식 현장/사진=이기욱 기자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롯데몰 앞에서 열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롯데카드 지부 투쟁선포식 현장/사진=이기욱 기자

매각을 앞둔 롯데카드 측이 최근 격화되고 있는 노사 갈등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주식매매계약서 중 ‘5년 고용 보장’ 내용을 노조 측에 공개하며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여전히 천막농성을 고수하며 좀 더 확실한 고용 보장과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 해결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최근에는 가입 범위가 부장급까지 확대된 새 노조도 등장해 사측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6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롯데카드 지부(이하 롯데카드 노조)에 따르면 최근 롯데카드 측은 노조 측에 주식매매계약서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최근 사 측에서 5년 고용 보장과 관련된 매매계약서 자료를 공개했다”며 “받은 내용들을 우선 조합원들에게 공유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카드 노조는 MBK파트너스 컨소시엄과의 주식매매계약서 공개를 줄곧 요구해 왔다. 매각의 마무리 작업으로 꼽히는 금융감독원 대주주 적격성 심사만을 남겨둔 가운데 고용 보장과 관련된 어떠한 문구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롯데카드와 MBK파트너스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고용 보장 5년’ 사실을 알렸을 뿐 계약서 공개는 원칙적으로 거부해 왔다.

롯데카드의 입장 변화는 노조의 강경투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카드 노조는 이번 매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에 가입했으며 지난 4일에는 롯데타워 롯데몰 앞에서 투쟁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추석 전인 지난 10일 오후에도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달 말 새롭게 결성된 새 노동조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새 노조는 ▲고용보장확약서 내용 공개 ▲직원과의 소통 없는 매각 결정 반대 등을 요구하며 시위행진 등 직접행동에 나서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기존 노조는 가입 범위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팀장·부장 등 관리자급 직원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롯데카드 새 노조는 관리자 직급이 주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노조에 반감을 가지고 있거나, 좀 더 적극적인 투쟁을 바라던 조합원들도 일부 새 노조로 옮겨 많은 수의 조합원들이 모였다”며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매각 반대’와 같이 상대적으로 강한 주장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매매계약서 일부 공개에도 불구하고 향후 노사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측이 현재 서울 중구 롯데카드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좀 더 확실한 고용 보장과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확실한 고용 안정을 위해 ‘고용 보장 합의서’가 필요하다”며 “회사를 성장시킨 직원들의 노고에 합당하는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카드 측은 “MBK파트너스로부터 내용을 받아서 공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타 사항과 관련해 사측은 노조와 성실하게 대화해 왔으며 앞으로도 대화를 지속하고 직원들의 처우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