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文대통령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한미정상회담 예정
9월 하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문재인 대통령, 다시 촉진자 역할 나서

북미 실무협상이 9월 하순 예정돼 있다. / 사진=셔터스톡
북미 실무협상이 9월 하순 예정돼 있다. / 사진=셔터스톡

북한과 미국이 9월 하순 실무협상을 재개키로 하면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멈춰 있던 한반도 비핵화 시계와 더불어 남·북·미 3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2~26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달 하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 번 비핵화 촉진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엔총회 계기 한미 정상, 3개월 만에 마주앉아 비핵화 논의

문 대통령은 제74차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오는 24일 기조연설을 하고, 9번째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 마주앉아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유엔총회는 당초 이낙역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것이 유력했지만,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방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북미 실무협상의 개최와 진전에 외교력을 집중하겠다”며 한미 간 공조체계를 강조했다. 외교부는 “지난 6월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때 합의된 북미 실무협상 체계가 아직 실현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및 발사체를 연이어 발사하고 있다”며 “북미 양측 모두 대화의 끈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9월 하순 예정된 북미 실무협상을 기점으로 남·북·미를 둘러싼 비핵화 협상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시 일정 역할을 했던 강경파 존 볼턴 전 보좌관이 물러났다. 북한도 대미 협상 주체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아니라 미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외무성 중심의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외무성 제1주상, 김명길 전 주베트남 대사 등으로 교체했다. 비핵화 협상 역시 기존 ‘톱다운’ 외교가 아닌 실무협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미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와 그 상응 조치다. 북한은 최근 미국에 9월 하순 실무협상 개최를 제안했고, 미국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비핵화 협상이 훈풍을 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2일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또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점에 그러겠다”고 답해 대화 재개 분위기를 높였다.

실무협상이 긍정적으로 전개되면 연내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크다. 다만 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선 북미가 비핵화 접근법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 상태’를 정의하고 로드맵을 그리는 포괄적 합의를 원하는 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시작으로 단계적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반도 둘러싼 남북미 외교 스케줄 정리. / 표=조현경 디자이너
한반도 둘러싼 남북미 외교 스케줄 정리. / 표=조현경 디자이너

◇文대통령, 다시 ‘촉진자’ 역할 맡아···연말까지 비핵화 외교 집중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각각 재선 성공과 대북 제재 완화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인 만큼 문 대통령이 북미, 남·북·미 간 비핵화 실현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은 북미 대화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이 오갈 공간을 만느는 것은 물론,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한번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9월 하순, 북미 간 실무접촉을 통해 정상회담 의제의 범위와 수준 등의 얼개를 짜면서 같은 시기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및 연내 북미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모멘텀을 마련하고 남·북·미 간 비핵화 ‘3각 공조’의 틀을 복원시킨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하노이 회담 이후 제시했던 ‘굿 이너프 딜’을 다시 제안할 수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방식을 놓고 팽팽하게 대치해 왔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북한으로 하여금 포괄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게 하고, 스몰딜(영변 핵시설 폐기)을 미국이 수용할 수 있을 만한 굿 이너프 딜을 향해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북한이 새로운 상응 조치를 제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이 더는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미국도 제재 완화 대신 ‘체제 보장’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흐름에 따라 꼬여 있던 남북 관계가 개선될지도 주목된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은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사실상 추진하기 어려워 정부는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진전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정부가 서둘러 남북 대화를 추진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북미 대화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되면 남북 간 교착 상태는 자연스레 풀릴 가능성이 크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모두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인 만큼 협상 결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북관계는 이와 연동해서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평론가는 “북미 대화에 진전이 생기면 북핵과 관련해 구체적 조치가 내려질 것인데, 개성공단 재가동 가능성과 금강산 관광 제재가 풀리면 남북관계의 교착 국면이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한미 간 각급에서 소통을 통해 실무협상 대응 전략을 조율하고 공동으로 대외 메시지를 발신할 계획”이라며 “북미 대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의 건설적 역할을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번 주 워싱턴을 방문한다. 이 본부장은 북미 실무협상을 담당하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북미 비핵화 상응 조치 방안을 논의하고, 한미정상회담 의제도 조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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