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올해만 수도권 7조원 풀려···내년엔 역대 최대
“과거 보상금 통한 재투자 늘면서 집값 뛰는 사례 반복”
정부 ‘대토·리츠’ 통해 유동성 줄이기 나서···“토지주들 인기 지역 아니면 응하지 않을 것”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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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도권 공공주택지구 보상이 4분기에 본격화되면서 추석 이후 연말까지 수도권에서만 7조원에 육박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릴 예정이다. 특히 3기 신도시 토지 보상금이 가세하는 내년에는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하는 45조원의 보상이 집행된다. 업계에서는 수도권에 몰린 토지 보상금이 인접한 서울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에서 지정된 성남 복정 1·2지구와 금토지구, 군포대야미 지구, 남양주 진접2 지구, 시흥거모 지구 등 수도권 11곳 사업지구에 대한 감정평가와 보상이 시작된다. 6조6000억원 가량의 토지보상금이 4분기에 지급될 예정이다.

특히 3기 신도시 보상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45조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이는 종전 최고였던 2009년의 34조8554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많은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3기 신도시 후보지인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지구 등에서 본격적인 보상이 이뤄진다. 의정부 우정, 인천 검암역세권, 안산 신길지구 등 공공주택지구에서도 뭉칫돈이 풀릴 예정이다. 이어 부천 역곡, 성남 낙생, 고양 탄현, 안양 매곡 등 도시공원 일몰 예정지와 인근 연접부지 활용사업을 통해서도 보상이 진행된다. 2021년에는 3기 신도시 후보지인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의 보상도 시작된다.

업계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의 보상금이 안정세인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의 경우 토지 보상금 29조원 가운데 37.8%가 부동산 거래에 쓰였으며 지방에서 풀린 보상금 중 8.9%가 수도권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갔다. 이후 이명박 정부 시절 ‘보금자리주택’, 박근혜 정부 시절 ‘행복주택’ 조성 때도 보상금으로 인한 거래가 늘어나면서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특히 토지보상금이 수도권 지역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인접한 서울 부동산 시장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도 토지보상금을 통해 인근 지역에 재투자가 늘어나면서 집값이 뛰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며 “이번 정부에서도 주거복지로드맵, 3기 신도시 등의 예정지 주변 집값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대토 보상과 리츠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대토 보상은 토지주에게 현금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다른 땅을 대신 주는 제도다. 또 리츠는 대토로 받은 복수의 택지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 땅에 공동주택 등 주택사업을 시행한 뒤 사업이익은 배당 등의 형태로 대토 보상자들에게 제공하는 형태다. 이에 실제 시장에 풀리는 토지보상금 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두 제도가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대토 보상은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현재 토지 보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에 불과하다. 수천 명의 토지주들에게 지급할 만한 땅을 찾는 것도 숙제로 꼽힌다. 또 리츠의 경우 선진국에서 활성화 돼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낯선 제도다. 이에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토 보상를 할 경우 인기 있는 땅을 주지 않으면 토지주들이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또 안정성을 추구하는 심리가 큰 토지주들에게 투자형태의 리츠는 매력적인 제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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